방문판매 대리점에 판매목표 강제
목표 달성 미달…학습지 출고요율↑
출고요율 인상, 대리점 경영 어려워져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방문학습지 업체인 튼튼영어가 방문판매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등 갑질 횡포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한 대리점에는 학습지의 출고요율을 직전 요율보다 인상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약정을 체결해왔다. 본사의 학습지 출고요율이 오를 경우 방판 대리점으로서는 운영경비와 이윤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는 구조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공정위는 튼튼영어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튼튼영어는 방문학습지 판매업, 튼튼영어 베이비리그 가맹사업, 튼튼영어 마스터 클럽 가맹학원, 튼튼영어 프리스쿨 기관교재 공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방문학습지 판매업의 경우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방판 대리점에게 튼튼영어, 튼튼영어 주니어 등 방문학습지 교재를 공급하고 있다. 교재 공급 후 방문판매 대리점 소속 교사가 회원 가정에 방문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정거래위원회·튼튼영어 [뉴스핌DB] |
위반 내용을 보면, 튼튼영어는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방판 대리점이 월 평균 판매 최소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출고요율을 인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업무 약정서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출고요율은 튼튼영어와 방판 대리점 간의 대금을 의미한다. 교재를 주문한 회원이 방판 대리점에게 소비자가를 전액 지급하고, 방판 대리점은 튼튼영어와의 계약상 출고요율에 따라 교재 대금을 매월 말 지급하는 형태다.
교재대금의 몇%는 교사 급여로 지급된다. 출고요율을 최대로 인상할 경우 방판 대리점들은 운영경비와 이윤 확보가 어렵게 된다.
방판 대리점은 교사와의 개별적 계약을 맺고 교사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실제 평가기간 동안 월 평균 판매 최소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에는 출고요율을 직전 요율보다 인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월 평균 판매실적 미달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공정위 조사 결과 없었다.
방판 대리점들이 평가기간 동안 달성해야하는 월 평균 판매 최소실적(고객 수 및 판매부수)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담회 등 모임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발표한 후 계약서를 갱신하는 방식이 통지돼 왔다.
공정위 측은 “공급받는 교재를 얼마나 판매할 것인지 각 방문판매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판매 대리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평가기간 동안 달성해야 할 판매목표를 설정한 건”이라며 “구체적인 불이익을 제시해 자신의 방문판매 대리점으로 하여금 판매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제한 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 방문판매 대리점으로서는 출고요율이 인상되거나 대리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상당한 사업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판매목표 달성 요구를 거절하기 곤란했다”고 부당성 여부를 설명했다.
당시 튼튼영어 측 법률대리인은 강제성·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를 통해 방판 대리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등 판매목표 및 출고요율을 변경해왔다는 변론이다. 또 판매목표 미달성에 따른 출고요율 인상분보다 판매촉진을 위해 지급한 판매장려금이 더 큰 점을 이유로 들었다.
출고요율 조정 시 해당 방문판매 대리점들의 의사를 반영해 출고요율을 인상하지 않거나 인하한 사례도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개별 대리점의 사정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제공한 점과 판매목표 미달성에 따른 출고요율 인상, 판매장려금은 성격이 전혀 다른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아울러 일부 출고요율을 조정한 사례가 있지만 튼튼영어의 일방적 결정일 뿐, 대부분 출고요율을 인상한 사실에 따라 대리인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목표 강제 관련 업무약정서 및 계약서 내용을 이미 수정하는 등 거래상대방 통지명령은 별도로 부과하지 않았다”며 “국내 학습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이(1% 미만 추정) 등을 고려하고 기존 심결례에 비해 이 사건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