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업무 감사 결과, 주총장 이외의 곳에서도 주주권한 행사 필요
예보 출자기업은 MOU·협약서로 통제..."경영간섭 심화될 수도"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예금보험공사가 출자 회사에 대해 '주주권한'을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파견 사외이사들의 의결권 기본원칙도 달라진 기업환경에 맞게 조정한다. 예보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선 '5% 룰' 강화 흐름을 타고 지나친 경영권 간섭으로 흐를 수 있다며 우려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9월 '금융회사 정리업무 추진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주요 감사 내용은 출자금융회사 주식 처분 및 사후관리, 주주권 행사, 경영관리인 선정 및 지원, 정리 업무 관련 법령 및 내규 제·개정 필요성을 들여다 봤다.
예보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달 초 총 7가지 수정사항을 오는 12월 말까지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 출자회사 사외이사 등에 관한 기준 보완 △ 보유주식 권리행사 관련 기준 정비 △ 부실금융회사 정리 DB(데이타베이스) 구축 △ 자금지원규정 개정 △ 보험금 지급규정 개정 △ 자문사 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기준 개정 △ 개인정보 관리 강화 등이다.
이중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출자회사 보유주식 권리행사에 관한 것과 사외이사 기준 보완이다.
보유주식 권리행사는 최근 자본시장법 '5%룰' 개정 사항을 반영하도록 했다. 또한 예보의 주주가치를 증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주총회 장소 이외 즉 이사회에 영향을 주는 주주권 행사에 관한 사항을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주총장에선 배당이나 이사 선임 찬반만 표시할 수 있지만 이사회 안에 들어가면 보다 많은 경영사안에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사외이사 기준과 관련해선 예보가 출자회사와 맺고 있는 경영관련 MOU(경영정상화이행약정)에 사외이사 운영의 의결권 행사 기본원칙을 정하도록 했다. MOU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경영권 관여 조건인 '협약서'를 맺은 금융사에도 사외이사의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예보 관계자는 "출자회사 사외이사와 자금지원 등 규정이 장기간 개정되지 않아 관련 법규의 제·개정 사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 금융회사 정리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예보의 주주권한 강화를 위한 5%룰 개정안 도입이 자칫 과도한 경영간섭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이 개정안은 정상기업에 한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위법행위를 한 임원의 해임을 요구하거나, 사전 공개원칙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용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 등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아니라고 보고 '5% 룰'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예보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으로 이미 MOU를 통해 영업, 재무구조, 임금 등을 통제하고 있어 인사권까지 관여한다는 우려다.
또한 협약서 수준 기업에도 사외이사의 운영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사외이사의 역할을 감사권 이상의 경영권 관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협약서는 MOU와는 달리 경영목표 미달 시 불이익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지 않지만, 사외이사 권한 강화로 실질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보는 그동안 우리은행과는 MOU, 수협은행과는 협약서로 경영관리를 해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보와 MOU에는 경영목표외에 금융취약계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기여, 사회공헌활동 등 주주권 행사 대상 외의 비재무목표를 제시하고 분기별로 점검 및 관리하는 경영권 간섭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5%룰 개정안 반영과 사외이사 역할 강화를 추가로 하면 일반적인 기업보다 경영권 간섭과 인사권 강화가 더 심해진다"고 우려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