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야생 쥐로 인한 대규모 농작물 피해 발생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흑사병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시린궈러 수니터쭤치(蘇尼特左旗) 지역에서 올해 봄부터 야생쥐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을 주민들은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흑사병 예방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감염환자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報)에 따르면 이미 올해 봄부터 수니터쭤치 지역에서 야생 쥐 개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5월 수니터쭤치 당국 자료에는 이미 야생 쥐로 인한 농작물 '서해'(鼠害·쥐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야생 쥐는 흑사병 병원균을 옮기는 쥐벼룩의 숙주로 알려졌다.
네이멍구 시린궈러 수니터쭤치 지역에서 발견된 쥐구멍. [캡처=신징바오] |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이 지역 서해 면적은 90만 묘(畝, 1묘=666.67㎡)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2만 묘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현황 파악을 위해 현장 조사를 시행한 결과 0.25ha(헥타르, 1ha=10,000㎡) 당 평균 263개의 쥐구멍이 파악됐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최고 434개의 쥐구멍이 발견됐다.
왕웨단(王月丹) 베이징대학교 면역학과 교수는 '쥐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흑사병 발병확률은 더욱 커진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야생 쥐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에 따르면 이번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자택 주변에도 무수히 많은 쥐구멍이 있었다고 한다. 집으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1미터 간격으로 크고 작은 쥐구멍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쥐를 잡기위해 매일 집안 곳곳에 '쥐 끈끈이'를 설치하는 게 일상이 됐다. 많이 잡히는 날에는 하룻밤 새 9마리씩 잡힌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끈끈이 판매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판매점 주인은 '작년까지 연간 끈끈이 판매량이 약 200개 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변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400개가 넘는 끈끈이가 팔렸다'고 말했다.
올해 8월 방역 당국이 흑사병 병원균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방역 당국은 이 지역에서 지난 8월 14일, 17일, 20일과 25일 진행된 동물 검사에서 12건의 흑사병 병원균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국은 지역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나 흑사병 예방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주민들은 '당국으로부터 흑사병 교육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흑사병 병원균을 옮기는 야생 쥐가 올해 봄부터 대량으로 증가한 점,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당국의 적절한 역학조사 및 예방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으로 비춰 봤을 때 추가 확진 환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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