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일 때문에 들른 PC방에서 우연히 웹툰을 하나 보게 된다. 흔하디흔한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이 익숙하다. 수많은 암살 요원을 키워낸 전설적인 악마 교관. 바로 자신의 과거다. 더 큰 비밀이 탄로 나기 전에 웹툰 작가를 찾아야 한다.
배우 정준호(51)가 영화 '히트맨'을 들고 극장가로 돌아왔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국보급 특수요원 준(권상우)이 웹툰 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정준호는 준을 최정예 요원으로 키운 국정원 악마 교관 덕규를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히트맨'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정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0.01.16 jjy333jjy@newspim.com |
"처음엔 이해가 안됐어요. 학생들이 보는 만화 같기도 했고 웹툰과 실사를 넘나드는 구조가 낯설었죠. 근데 신인 감독의 이런 시도가 매력 있고 신선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을 만났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의 처절한 눈빛을 봤고(웃음) 중심만 잘 잡으면 제 캐릭터 묘사도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결정했죠."
출연만 결정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뜻밖의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장의 변화가 너무도 낯설었다. 특별출연한 '인천상륙작전'(2016)을 제외하면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2012) 이후 무려 8년 만에 영화 현장에 복귀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골프도 채를 놓으면 감을 잃어버려요. 그걸 찾으려면 오랜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죠. 연기도 그래요. 감을 잃으면 낯설고 긴장돼요. 오랜만에 하니 코미디도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과거엔 카메라 기법, 감독의 연출 등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에 접목해서 웃기죠. 호흡도 빨라졌고요."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히트맨'에서 덕규를 연기한 배우 정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0.01.16 jjy333jjy@newspim.com |
함께한 후배 배우들과는 더없이 좋았다. 특히 준 역의 권상우와 주고받는 호흡이 재밌었다. 불만이나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 둘 다 충청도 출신인 터라 속이 깊기 때문이란 게 정준호의 주장(?)이다.
"우리가 동향이라 그런지 상우와 얼굴 붉힐 일이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영화는 상우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작품이 아닌가 해요. 액션부터 코미디, 짠내 연기까지 볼 수 있잖아요. 짠내 연기는 실제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더라고요. 전 그렇지 않은데 상우는 제수씨한테 많이 혼난대요. 본인과 잘 맞는 거죠(웃음)."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가장인지 물었다. 정준호는 지난 2011년 이하정 TV조선 앵커(전 MBC 아나운서)와 결혼, 아들 시욱 군과 딸 유담 양을 품에 안았다. 그는 "상우처럼 쓰레기를 비우진 않지만, 가정적인 편"이라고 자신했다.
"전 큰 그림을 봐요(웃음). 이벤트처럼 가끔 아침도 하고요. 제가 홍보대사를 100여개 하니까 전국의 특산물들이 많이 와 그걸 이용하죠. 또 와이프가 좋아하는 거나 발, 손가락 사이즈 등을 기억해뒀다 출장 다녀오면서 선물을 사와요. 한 번에 다 주진 않고 서재에 숨겨놨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죠."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히트맨' 개봉을 앞둔 배우 정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0.01.16 jjy333jjy@newspim.com |
알다시피 정준호는 배우 외 사업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실제 영화 제작,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호텔, 외식, 미용, 의류, IT 솔루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여왔다.
"리스크가 될 텐데 연기만 하지 왜 사업을 하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물론 저도 처음엔 부담도 되고 벅찼죠. 근데 하길 잘한 듯해요. 사업하면서 사회를 피부로 느끼고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을 만났죠. 그러면서 인생의 깊이를 알게 됐어요. 이런 경험을 연기에 접목하면 다른 배우들은 못하는 걸 만들 수도 있죠."
그러면서도 정준호는 자신의 첫 번째 직업은 사업가가 아닌 배우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사업이 잘돼 좋을 때도 분명히 있지만 제일 좋은 건 출연 작품이 사랑을 받을 때"라며 "앞으로는 연기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순간은 현장에 있을 때에요. 제 욕심 때문에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제 천직은 배우죠. 전 이 일을 더 사랑할 거고 또 계속 노력할 겁니다. 그래서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지금도 영화, 드라마를 하나씩 보고 있어요. 이 두 작품 하면 올해는 순식간에 지나갈 듯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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