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야구재능기부를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찾아가는 티볼 재능기부도 함께 하고 있다. 작년 11월 중순, 금천구 탑동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티볼 재능기부 요청이 들어와 학교로 찾아갔다.
5학년 상대로 티볼 강습을 하고 있는데 어떤 학생이 유니폼을 입고 티볼 강습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누구인가? 선생님한테 물어보았더니 탑동초등학교 6학년 재학생인 윤영준 학생이라는 것이다. 탑동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어 윤영준 학생이 금천구 리틀야구단에 들어가 야구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영준 선수와 이만수 이사장. [사진= 헐크파운데이션] |
오늘 티볼 강습회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금천구 리틀야구 연습에 참가하지도 않고 "이만수감독님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강습하는지 일부러 구경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윤영준선수는 다부진 체구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상당히 높은 학생이었다.
한시간 동안 티볼 강습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본 윤영준선수를 불러서 어떻게 타격하는지 한번 쳐 보라고 했다. 금천구 리틀야구단에서 포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과연 어떤 기량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타격하는 모습을 보니 리틀야구 선수치고 상당히 좋은 타격을 갖고 있었다.
윤영준선수에게 어떻게 포수를 하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더니 "포수가 매력적이고 좋게 보여서 포수를 자원해서 했다 "는 것이다. 요즈음 어린학생들이 포수가 힘들고 어려워서 기피대상 1호인데도 불구하고 윤영준선수는 다른 어느 포지션보다 포수에 대해 매력을 갖고 있어 자진해서 포수를 했다는 이야기에 같은 포수로서 고맙고 대견하게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윤영준선수가 내게 대뜸 "감독님이 시간이 되는 날 한번 개인지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래 한번 스케줄 보고 개인레슨 해주마"라고 약속 했다.
어린선수에게 그냥 흘러가는 말로 한번 약속 했는데 열흘에 한번씩 전화가 오던지 아니면 카톡이 와서 궁금한 것에 대해 계속 묻는 것이다.
l 야구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l 포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l 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하는지?
l 겨울에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l 개인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별의별 이야기를 다 묻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윤영준선수의 나이가 13살이었다. 13살 된 선수가 궁금한 것도 많고 또 중학교 2~3학년 정도가 되어야 물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하는데 정말 대견스러웠다. 일일이 궁금한 질문에 카톡으로 주고 받다가 명절연휴기간이라 다른 스케쥴이 없었던 26일 윤영준선수가 생각이 나서 전화을 걸었더니 "지금 후배랑 아파트 지하에서 개인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한창 재미있게 놀 나이에 친구들과 놀러 가지 않고 명절연휴에도 연습을 하고 있다니...
올해 윤영준선수는 야구부가 있는 동도중학교로 입학하게 된다. 중학교 선배들과 같이 운동하기 위해서는 3월달이 되어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개인훈련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정 넘치는 어린선수를 위해서 개인지도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단숨에 윤영준선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2시간 동안 포수와 타격에 대해 개인지도를 해 주었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개인적으로 연습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선수들이 힘이 들어서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윤영준선수는 분명 힘이 드는데도 한번도 힘들다는 이야기 하지 않고 오히려 더 해 달라는 것이다. 무작정 많이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기본기를 잘 가르쳐주고 꾸준하게 개인연습 하라고 이야기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어린선수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윤영준선수와 했던 약속을 비록 두달이 지났지만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는 윤영준선수가 나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윤영준선수가 나에게 약속한 것은 "나중에 꼭 이만수포수상을 받겠다"는 것이다.
6년 뒤 이 어린 선수가 멋진 포수로 자라나서 상을 받는 장면을 그려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다.
이만수(61) 전 감독은 헐크파운데이션을 세워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8월 대표팀 '라오J브라더스'를 이끌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현역 시절 16년(1982~1997년) 동안 삼성에서 포수로 활약한 그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손꼽힙니다. 2013년 SK 와이번스 감독을 그만둔 뒤 국내에서는 중·고교 야구부에 피칭머신 기증,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는 야구장 건설을 주도하는 등 야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