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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주목! 베이징 미식거리] 도성에서 유일하게 문 연 식당 '두이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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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풍상 정양문에도 코로나 19 그림자가...
베이징 10대 미식거리 '라오쯔하오 박물관'
건륭제가 변장하고 들러 요기 한 뒤 편액 하사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고궁(故宫,자금성)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의 많은 명소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을 닫았다. 텐안먼(天安門)이나 텐안먼 광장도 철저히 봉돼됐다. 옛 베이징 분위기가 남아있는 곳, 2환 도로 내에 밀집한 후통(단층의 옛 골목 집)거리도 주민증 없이는 출입을 못한다. 고궁 뒷쪽 난뤄구샹(南锣鼓巷) 후통과 그 옆 스차하이(什刹海)공원도 외부인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베이징은 요즘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여기저기 많은 곳을 폐쇄해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이 와중에서도 비록 제한적이나마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하는 몇몇 명소가 있다. 고궁 남쪽 편의 첸먼대가(前門大街, 전문대가)와 고궁 뒷 편 베이하이(北海) 공원, 디탄(地坛)공원, 텐탄(天坛)공원, 시외곽 샹산(香山)공원 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샹산공원의 경우 개방은 해놨으나 일주일 전인 15일 만해도 입장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22일 베이징 신규 확진자가 없다는 발표가 나온 후 맞은 주말 샹산으로 가는 5환 도로는 코로나19 사태후 처음 심한 정체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테안먼 앞 출입을 2월초에 갑자기 폐쇄한 걸 보면 이런 곳들 역시 감염확산 추이에 따라 언제 또 통제할지 알 수 없다.    

이 가운데서도 첸먼거리는 비록 조사가 엄하긴 하지만 코로나19 우려에도 통행을 허용하는 베이징에서 가볼만한 곳중 대표적인 명소 중 한 곳이다. 22일 이곳에 들렀을 때 관리 책임자들은 체온검사와 주거지 파악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입장을 허용했다. "어디서왔느냐 , 후베이성 사람들과 접촉한 적 없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신분증을 보여달라는데 없다고 양해를 구하자 한참 뜸을 들인뒤 그냥 들어보내 준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월 22일 베이징 첸먼대가 거리가 행인의 발길이 뚝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23 chk@newspim.com

첸먼대가는 텐안먼 광장 남쪽의 첸먼(정양문)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폭 20미터, 약 1킬로미터 길이의 상업거리다. '라오쯔하오 박물관'이라는 별칭과 함께 베이징의 10대 미식거리로 유명하다. 평소 이곳은 밤낮 할 것 없이 국내외 유커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날 체먼대가 거리로 들어서자 가장 전통적인 이 베이징 상업거리는 행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랑팡(廊坊) 후통과 다스란(大栅栏) 센위커우(鲜鱼口) 등 골목은 외부인이 출입을 못하게 모두 폐쇄하고 있었다. 원래 다스란 골목을 통해 류리창(琉璃厂)까지 갈 수 있지만 이쪽도 모든 골목 진입을 물샐틈 없이 봉쇄하고 있었다.

첸먼대가 양편에 늘어선 수도 없이 많은 전통 라오쯔하오들과 일반 상점들 중에서도 문을 연 곳은 음식점 한 두 곳과 커피점과 편의점 한 곳 등 손으로 숫자를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첸먼대가 상업거리를 개방은 해놓고 있었지만 행인들도 드물고 사실상 상점들의 영업은 10% 정도도 채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았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월 22일 관리인들이 베이징 첸먼대가의 번화한 거리 다스란 후통을 통제하고 있다.   2020.02.23 chk@newspim.com

첸먼과 첸먼대가는 베이징에서 가장 유서깊은 장소이자 이름난 관광 미식 거리중 한 곳이다. 첸먼은 명 때 처음 지어진 것으로 정식 명칭이 정양문이다. 명 청부터 중화민국 시기까지 이곳은 정양문대가로 불렸다가 1965년 정식 명칭이 첸먼대가로 바뀌었다.

처음 명나라때는 정양문 바로 옆, 체먼 입구와 센위커우 랑팡후통을 중심으로 상점들이 들어섰다. 주로 신선 물고기와 돼지고기 매탄 쌀 등 식량을 파는 가게들이 장사를 했다. 지금도 다스란 후통거리 서쪽끝의 매탄 거리가 과거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청때 이후 산시 등 외지 상인들이 하나둘 들어와 터를 잡으며 상권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또 2월 22일 현재 코로나19때문에 모두 출입이 막혔지만 첸먼대가 중간쯤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센위커우와 다스란 거리는 이곳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꼽힌다. 다스란에서 랑팡후통으로 이어지는 먼쾅후통에서는 루주(卤煮) 와 베이징 자장면, 궈테(锅贴, 속을 넣은 튀김}, 자관창(炸灌肠, 녹말 반죽 부침) 등 베이징의 다양한 민속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루주는 돼지고기와 내장 등을 지져 익힌 뒤 국물과 함께 끓여내는 음식으로 베이징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중 하나다.  첸먼 먼쾅 후통골목의 한 루주 식당에서 대형 가마솥에 루주 요리가 끓고 있다.  2020.02.24 chk@newspim.com

1월초 이곳을 찾았을때 '라오류먼쾅바이녠루주(老六门框百年卤煮)' 주인은 전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루주(돼지고기와 내장등을 지져 익힌 뒤 가마솥에 끓여낸 요리) 식당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꼽아보였다. 최근 한국인 밀집지역인 베이징 왕징에도 바로 이 먼쾅 루주라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루주는 한국사람들로선 취더우푸나 샹차이 이상으로 입에 대기 힘든 음식중 하나다.

뭐니뭐니 해도 체먼대가의 명물은 다양한 분야의 유서깊은 전통 브랜드 라오쯔하오다. 이곳은 말그대로 라오쯔하오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첸먼 대가에만 류비쥐(六必居)병원, 취안쥐더(全聚德) 오리구이점, 퉁런탕(同仁堂)약국, 루이푸샹(瑞蚨祥)실크 점포, 창춘당(长春堂)약국, 네이렌성(内联升) 신발, 장이위안(张一元)차, 웨성자이(月盛斋) 고기점, 그리고 두이추(都一处) 샤오마이(烧麦)만두점 등 수 많은 라오쯔하오 점포가 들어서 있다.

매번 이곳 라오쯔하오 상점 주인들에게 물어보지만 그들 조차도 얼마나 많은 라오쯔하오가 이곳에서 영업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언제가 한번 이곳 골목 골목을 다니다가 대표적 라오쯔하오인 다오샹촌(稻香村) 과자점의 숫자를 세어봤는데 15개 넘게 손을 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 첸먼대가에서도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셴위커우 골목이 2월 22일 오후 텅 빈 모습을 하고 있다.  2020.02.23 chk@newspim.com

22일 오후 첸먼 대가는 주말인데도 거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식사할 곳을 찾다가 운좋게도 간판격 라오쯔하오 식당인 '두이추(都一处)'가 문을 연 것을 발견했다. 커피점과 편의점 한 두 곳외에 두이추는 이날 첸먼 대가 전체를 통털어 장사를 하는 거의 유일한 음식점인 듯했다. 지난 1월초 인터넷 문화 해설사 리창 선생의 안내로 이곳을 찾았을 때 두이추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터라 더더욱 구미가 당겼다.

"36.6도입니다. 자리에 앉기전에 방문록에 인적 사항을 작성해주세요" 두이추 라오쯔하오 식당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는데 종업원이 다가와 먼저 체온을 잰 뒤 주소지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상세히 적게 하고 그다음에야 자리로 안내한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두이추의 자랑거리인 양고기 사오마이(烧麦,烧卖)만두와 목이버섯 되지고기 야채볶음 요리를 시켰다. 큰 좁쌀 죽 한대접을 포함해 가격이 120위안 정도로 대체로 저렴한 편이었다.

식사를 하다가 두이추를 소개하는 벽보를 쳐다 보니 라오쯔하오 두이추의 유래와 관련해 아주 흥미있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두이추는 청나라 건륭시기인 1738년에 산시(山西)성 왕(王)씨라는 사람이 당시 정양문(현재의 첸먼)에서 멀리 떨어진 첸먼 외대가에 천막 주점으로 처음 장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청나라 건륭황제가 식당 이름 편액을 하사해서 유명해진 '두이추' 라오쯔하오 음식점이 2월 22일 첸먼대가 음식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두이추 식당은 체온검사는 물론 신상정보 기록 등 엄격한 검사를 거쳐 손님을 입장시키고 있었다.  2020.02.23 chk@newspim.com

왕씨는 나중에 돈을 번 뒤 1742년 첸먼대가 센위커우(鲜鱼口) 인근에 작은 점포를 지어 사업을 확장했다. 처음에는 사오빙과 두부튀김에 소주를 팔았으나 나중에 '사오마이' 만두와 자산쟈오(炸三角,삼각튀김)와 교자, 셴빙(馅饼) 등으로 요리 종류를 늘렸다고 한다. 이중 사오마이는 석류열매와 같이 오무린 꽃모양의 만두를 대바구니에 쪄낸 것으로 얇은 피에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등 속을 가득 채운 것이 특징이다.

라오쯔하오 브랜드로서 두이추라는 상호가 정해진데에는 아주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벽에 걸려있는 두이추 유래를 쳐다보는데 식당 지배인이 마스크를 쓴 채 옆 테이블로 다가와 보충 설명을 해준다. 수백년전 창업자 처럼 자신의 성도 왕(王)이라고 소개한 이 지배인은 "두이추는 베이징에 6개점이 있는데 왕징에는 없다. 잘왔다"면서 100밀리 짜리 작은 백주까지 한병 서비스로 권한 뒤 설명을 시작했다.

청나라 건륭황제가 어느날 수하 두명을 데리고 베이징 퉁저우 지방으로 암행시찰을 나섰다가 자금성으로 돌아오는데 날이 저물고 배가 출출해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때는 섣달 그믐날이어서 설 쇨 준비를 하느라 도성의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건륭황제 일행은 간신히 불빛이 새어나오는 주막을 찾아들어갔는데 그 요리와 술 맛이 궁중음식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월 22일 베이징 첸먼대가의 라오쯔하오 두이추 식당은 체온측정에서 합격점에 들면 인적사항을 세밀히 적은 뒤 자리를 배정해줬다.  2020.02.23 chk@newspim.com

주인은 왕루이푸(王瑞福)라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행색을 한 건륭 황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주인에게 물었다. "밖에 호롱에 술주막(酒铺)이라고 적혀있던데 이 집 이름이 무엇이오".  왕루이푸는 "보잘것 없는 장사에 무슨 상호가 있겠소. 내 성이 왕이라 그냥 왕씨 주막이라고 한다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손님은 "섣달 그믐 모두가 설 쇠러 가고 도성에 식당이라곤 왕씨 주막 한 곳이라...". 이렇게 중얼거린 뒤 주막을 나섰다.

황궁으로 돌아간 건륭황제는 도성의 한 곳이라는 뜻으로 일필휘지 친필로 '두이추(都一处)'라고 써서 편액을 만들게 한 뒤 다음날 태감을 시켜 은 100냥과 함께 왕루이푸 주막으로 보내줬다. 어제 밤 식사를 하고 간 손님이 건륭황제라는 얘기를 들은 왕루이푸는 혼이 빠질듯 놀라 황망히 엎드려 절을 하며 황제가 하사한 두이추 편액을 받아들었다.

왕루이푸 술 주막은 졸지에 베이징 도성에서 황제의 편액을 달고 음식장사를 하는 유명한 요리점이 됐고 이후 두이추는 황제가 내린 두이추 편액을 보려고 사방팔방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 성시를 이뤘다.  이미 설립한 지가 300년이 다 돼가는 두이추는 점포를 키우기 보다는 전통의 맛을 유지 계승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얘기를 마칠때 쯤 지배인 왕씨는 "그러고 보니 오늘도 체먼대가에서 문을 연 라오쯔하오 음식점이 우리 '두이추' 한 곳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300년이 다 되가는 베이징의 라오쯔하오 두이추 식당이 가장 자랑하는 특징적인 요리는 화사한 꽃 모양에 석류 열매 처럼 생긴 사오마이(烧麦) 만두다.    2020.02.23 chk@newspim.com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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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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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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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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