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불법 촬영 범죄 3만여건…뉴스 앵커·개그맨 등도 저질러
'n번방 방지법' 통과됐지만…'불법 촬영물' 인식 개선 절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근본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 촬영 범죄 발생 후 전수조사 등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불법 촬영 자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인권 교육 등을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공식통계로 볼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3만1810건에 달한다. 경찰 안팎에서는 실제 범죄는 경찰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불법 촬영은 몰래 이뤄지므로 피해자가 범죄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어서다.
경찰 로고 [사진=뉴스핌DB] 2020.04.22 gyun507@newspim.com |
학교도 더 이상 불법 촬영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년 7월 초중고별 불법 촬영 적발 내역' 자료를 보면 이 기간 178건의 불법 촬영이 학교에서 적발됐다.
최근에도 불법 촬영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연구동 사옥 여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KBS 공채 개그맨 박모 씨가 구속됐다. 지난달에는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교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성준 전 SBS 앵커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1층 여자 화장실 재래식 변기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 당시 화장실을 치우던 청소 노동자에 의해 발견된 이 카메라는 이 학교의 40대 교사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불법 촬영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 촬영 간이점검카드를 배포하거나, 일제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촬영에 대한 인식 개선 없이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적으로 촬영된 촬영물이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되는 상황이 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는 "불법 촬영물이 지속적으로 온라인에서 유통·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불법 촬영물이 범죄라는 인식이 없고, 단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해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불법 촬영의 경우 촬영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불법 촬영을 통해 촬영된 촬영물을 사고파는 암시장이 온라인 시장에 존재해 끊임없이 유통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암시장을 단속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 교육을 포함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포괄적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 활동가는 "앞선 20대 국회에서는 단순히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하는 법안들이 통과됐다"며 "하지만 불법 촬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실효성 없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성범죄나 성인지관점을 체득하기 위한 인권교육과 더불어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성교육 시간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성교육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월 19일부터 텔레그램 불법 성 착취 사건 이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다. 이 법안에 따라 불법 촬영된 동영상을 소지 또는 시청만 해도 최대 징역 3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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