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하천관리 일부 미숙 인정
여론-정부내 압박 때문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환경부가 예상보다 빨리 섬진강댐을 비롯한 '홍수 피해 유발 댐' 조사에 나서면서 결국 여론에 압박한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온다.
비 피해 당시만해도 '역대급' 장맛비 때문으로 원인을 분석했던 환경부가 하천관리 미숙을 일부 인정하고 홍수피해지역 댐에 대한 빠른 조사에 착수해서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이번 조사 결과 댐 운영에 대한 '무혐의' 판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17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환경부가 예상과 달리 빠르게 섬진강댐과 용담댐, 합천댐에 대한 홍수 피해 원인조사에 나선 것은 수재 이재민들의 적극적인 불만표시와 정세균 국무총리를 포함한 정부내 압박에 따른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섬진강댐을 비롯한 3개 댐에 대한 조사와 수해지역 피해보상 등을 결정한 종합적인 조치계획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사전조사에 착수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의 이같은 댐 조사 착수 등은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홍수지역 댐 운영상황을 공식 브리핑이 있던 지난주 화요일(11일)만 하더라도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운영은 매뉴얼 대로 했을 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역대급 장맛비와 이를 제대로 예보해내지 못한 것을 원인들로 꼽았다.
세개 댐에 대한 조사도 수행을 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당시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일정과 조사방법에 대해선 확정된 것이 없다"며 "비교적 빠른 시기에 내놓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1주일 만에 모든 조치사항이 발표된 것. 특히 연휴가 끝나기도 전 발표한 상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이번 대책은 댐 조사를 제외하면 새로울 것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천변 부유폐기물 청소와 환경시설 복구, 물값 감면 등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당연히 따라오는 조치들이다.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섬진강댐 주변 전남 구례군을 찾아 주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환경부] 2020.08.17 donglee@newspim.com |
이밖에 지역주민이 요구한 공통사항인 특별재난지역 확대 및 지원금 상향, 농축산물 등 사유시설 및 재산에 대한 보상, 이재민 보상 선조치 등에 대해선 관계부처에 요청키로 했으며 환경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이에 따라 댐 정비가 대부분인 이번 후속조치가 예상보다 신속히 발표된 배경은 이재민들의 불만이란 여론과 정부 차원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론이다. 지난 16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섬진강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현장의 수재 피해자들은 조 장관 앞에 놓인 책상을 쓰러뜨릴 정도로 격앙된 모습을 보였으며 간담회는 가까스로 마칠 수 있었다.
정부 안에서도 압박이 크다. 실세 총리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주 잇따라 섬진강 일대 수재지역 현장을 방문한 뒤 댐 운영에 대해 진상규명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는 환경부의 댐 조사 판단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최근 국정지지도와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낮아진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 흐름에 따라 환경부의 조사결과는 애초 주장과 달리 댐 운영 미숙을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도 지난주 후반에 들어 장마철 하천관리에 미숙함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조명래 장관은 환경부가 수량(치수관리) 업무를 맡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의 업무가 그대로 넘어오다보니 여러정비가 잘 안된 상황이라고 말해 치수관리가 소홀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론의 흐름이나 정세균 총리의 발언 등을 볼 때 댐 운영 미숙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댐을 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처벌 받을 만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강대책과 약간의 문책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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