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17일 컨콜서 과거 LG필립스LCD 사례 거론
2004년 권영수 부회장 주도로 한미 동시상장 성사
권 부회장, 자금 유치와·주주 달래기 두 토끼 잡을까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전지사업부문 물적 분할을 공식화한 LG화학이 신설법인의 미국 상장 가능성을 내비쳤다.(뉴스핌 17일자 '[LG화학 배터리 분사] 글로벌 배터리 1위의 IPO 시나리오...나스닥 직행?' 기사 참고)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미국 나스닥에 단독상장하거나 혹은 한미 주식시장에동시 상장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결정한 LG화학은 이날 오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컨퍼런스콜을 열고 향후 투자 계획과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신설 법인의 자금 유치 방안을 소개했다.
컨콜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국가를 한국으로만 생각하는가, 외국도 고려하는가"라고 묻자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IPO에 대해서 깊은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른 시장은 규모나 적정성 등 감안 시 배제할 요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15일 경남 함안에 위치한 동신모텍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팩 하우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화학] 2019.11.15 dotori@newspim.com |
그러면서 차 부사장은 같은 계열사인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의 합작법인인 LG필립스LCD는 2004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원주식을 상장하면서 미국에서는 주식예탁증서(DR)을 동시 상장시켜 주목을 받았다.
당시 LG필립스LCD의 공모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회사는 미국과 한국 시장에 각각 8:2의 비율로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이 당시 권영수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현 ㈜LG 부회장)이다.
LG그룹 2인자인 권 부회장은 LG화학의 초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올해 3월 LG화학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권 부회장은 이번 LG에너지솔루션 분사 결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LG화학은 권 부회장과 함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IPO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이 한미 시장 동시 상장을 검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성난 한국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에서만 공모를 진행할 경우 한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에 직접 투자할 기회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LG화학 분사 결정은 다음 달 31일 임시주총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기업 분할 결정은 주주총회 특별의결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총발행 주식 수의 3분의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 측은 LG화학 지분을 30.75% 보유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하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반대가 거셀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컨콜에 참석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이 자회사의 나스닥 상장을 고민하는 인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