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 핀테크 마이 상장파동에 재점검 계기
IPO 재시동땐 사업재편 지분변동 불가피 전망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에 '모저스터우궈허(摸着石头过河)'라는 말이 있다. '먼저 가는 사람이 물속의 돌을 만져가며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모험을 각오한 누군가의 실험 정신이 아무도 가본적 없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걸 말할 때 흔히 원용된다.
현재 중국 사회에서 이 말에 부합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누구보다 마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O2O 공유경제. 채 20년도 안되는 동안 마윈은 신경제라는 이름으로 중국 경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꿔왔다. 특히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에서 마윈은 황제나 다름없다. 마이그룹은 바로 그 핀테크 혁신의 구체적인 산물이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 신기술과 신경제가 가져오는 고용 효과와 경제 성장 효과에 고무돼 마윈의 '모저스터우궈허' 실험을 열성적으로 응원해왔다. 신경제 정책도 아예 먼저 실험을 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면 뒤를 쫓아 규정과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선시행 후규제'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핀테크 공룡이 너무 비대해졌다고 느낀 순간 극적으로 마이그룹 상장 연기 사태가 터졌고 이 일로 지금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마이그룹 IPO 연기는 근 20년 숨차게 달려온 중국의 핀테크 혁신 실험과 그에따른 잠재적 금융 리스크를 전면 재점검 하는 계기가 됐다.
베이징의 SV 인베스트먼트 고영화 고문은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 회사 마이그룹은 17년전 타오바오라는 초기 모델의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싹을 틔웠다" 고 말했다. 2003년 마윈은 타오바오 거래의 금융 결제기술 즈푸바오(알리페이)로 천리밖 생면부지의 사람간에 매매를 가능케했다는 것이다. 핀테크와 경쟁상대인 은행 연합카드 결제도 바로 한해 전에 막 시작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11월 1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앞에 쇼핑 대축제 솽스이(11월 11일)를 기념하는 장식물이 설치돼 있다. 2020.11.11. chk@newspim.com |
편리성과 함께 혁신 기술이 거래신용을 뒷바침하면서 즈푸바오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왔다. 2009년 모바일 즈푸바오 앱이 출범하고 2011년엔 QR 코드 결제가 탄생했다. 2011년 중국 3자 지불회사는 총 27개사로 늘었다. 이중 즈푸바오 MS는 50%를 넘는다.
세상의 모든 거래가 마이그룹의 핵심자산이라고 할수 있는 즈푸바오로 빨려들어갔다. 2020년 솽스이(雙11, 11월 11일 쇼핑축제) 당일 항저우에서 만난 알리바바 관계자는 "중국의 의류시장 규모가 약 3조위안인데 이중 3분의 1이 타오바오에서 즈푸바오로 결제가 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은행 결제를 건너뛰는 즈푸바오는 공상 건설 중국 교통 등 4대 중국 국유상업에 위협 요인이 됐다. 이에 아랑곳 않고 마윈의 알리바바 핀테크 사업은 위어바오 등 고수익 혁신 핀테크 상품을 앞세워 전통 은행의 다른 파이까지 잠식해 갔다. 마윈은 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핀테크가 은행을 바꿀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국가 휘하의 전통 국유 상업은행들도 핀테크를 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이미 즈푸바오 생태계에 흠뻑 빠진 고객 발길을 되돌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은행 저축은 위어바오로 이동했다. 마이그룹은 빠르게 상장했고 '금융회사'로서 리스크 요인도 점차 커졌다.
통제 불능의 '핀테크 혁명'에 국가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절묘하게도 다른 이도 아닌 바로 마윈이 명분을 내줬고 중국 당국은 마이그룹 IPO 제동을 계기로, 핀테크에 대한 새로운 감독 관리 체계를 구축해 가기로 했다.
중국 경제 잡지 차이징에 따르면 마이그룹이 이번 IPO 모집 설명서에 적시한 신용대출 잔액은 2조1500억위안이다. 이가운데 화뻬이(花呗) 제뻬이(借呗) 등 소비자 신대가 1조7300억위안에 달한다. 금융 당국은 마이그룹이 적은 등록 자본금으로 과도한 대출을 일으키는 걸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신대 잔액중 금융기구에 대한 대출과 자산증권화(ABS) 실현 비율 합계가 98%라며 만약 재정이 악화돼 ABS 자산 매각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큰 손해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막판에 당국이 생각을 바꿔 마이그룹 IPO를 중단시킨 이유중 하나로 지적된다.
또한 마이그룹이 이번 IPO 모집 설명서에서 소비자 신대 전체 규모와 마이 그룹 전체 출자 비율은 명기했지만 기타 연합 대출 내역 등의 상세 정보를 명시 안해 잠재된 리스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새삼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11월 1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마이그룹 본사 앞 모습. 2020.11.1 chk@newspim.com |
자본시장 전문가는 마이그룹이 지불결제 소액 및 펀드 판매 재테크 업무 등을 분리하는 방안도 배제 못한다고 밝혔다. 이는 업무구조 재편은 물론 지분 변동 문제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문제가 훨씬 복잡해지고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릴 수 있다.
원래 계획대로 라면 마이그룹 총시가는 발행가 기준(68.6위안)으로 약 2조 1000억 위안에 이르고, A H주 모집자금은 총 2600억위안(약 38조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었다. 글로벌 최대 규모 IPO는 그러나 11월 2일 감관 당국자 미팅 후 일시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차이징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마이그룹의 신대 규모가 2조 1500억위안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인터넷 소액 대출 규정상 출자비율이 30% 이상으로 올라가면 마이 그룹이 자본금을 수천억 위안 더 증액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향후 이는 IPO 재추진의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이그룹 이윤의 절반이 고 레버리지 신대 업무 분야기 때문에 정책 여하에 따라서 신대관련 이익이 100억에서 40억 위안 내외까지 쪼그라들 수 있고 2조위안의 평가가치도 1조5000위안으로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