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고인, 상황극 허위 사실 인지하고 있었다"
[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강간 상황극이란 말을 믿고 엉뚱한 여성을 성폭행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4일 316호 법정에서 주거침입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39) 씨에게 원심(무죄)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대전법원종합청사 전경 [뉴스핌=DB] |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 불특정 다수인과 무작위로 온라인 채팅을 하는 앱에서 '35세 여성'이라는 가짜 프로필로 접속해 "강간당하고 싶다. 만나서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후 연락해 온 A씨와 대화를 하다 원룸 주소를 알려준 뒤 그 곳에 자신이 사는 것처럼 속였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B씨가 알려준 원룸에 찾아가 강제로 침입해 그 곳에 사는 엉뚱한 여성을 성폭행했다.
피해여성은 A씨나 B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강간 상황극이 허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실제 강간을 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나마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자신의 범행을) 훔쳐보는 B씨를 발견한 후에도 피해자에게 훔쳐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또는 112에 신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게 휴대전화를 뺏는 등의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소 같은 개인정보를 알려줄 정도로 익명성을 포기하고 이번 상황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황극이라는 말에 속았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 A씨가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간음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강간을 교사한 남성 B(29) 씨에겐 원심(징역 13년)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은 B씨에 대해 주거침입강간죄를 적용했지만 항소심에서 미수죄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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