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무한 상상력을 동원해 우리 영혼과 삶의 의미를 조명한다. 수준 높은 기술력으로 구현된 화면과 풍성한 재즈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코로나19로 지난해 개봉을 포기한 '소울'이 새해 첫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영화로 찾아온다. 디즈니와 픽사의 기술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담은 것은 물론, 희망적인 메시지도 곁들였다. 영화는 재즈 음악만이 삶의 목적이었던 조 가드너의 특별한 여정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살아있음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사실을 시시각각 일깨워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1.01.05 jyyang@newspim.com |
◆ 흔한 이야기 기발하게 풀어낸 상상력…유명 배우 목소리 듣는 재미도
뉴욕의 한 중학교 밴드부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조 가드너는 정규직 채용 제안을 받지만 기뻐하지 못한다. 마음 한 켠에 늘 재즈 뮤지션으로 무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 어머니의 압박 속에도, 조는 꿈에 그리던 재즈무대에 합류할 기회를 얻는다. 인생의 봄날이 찾아온 순간, 조는 맨홀에 빠져 영혼 상태로 죽음을 앞둔 처지가 돼 버린다. 도저히 여기서 죽음을 맞을 수 없는 조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 영혼 22가 만나 좌충우돌 모험이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에서 이미 여러 차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을 다뤘다. 조 역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죽음을 앞두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관객은 다소 쉽고 흔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하지만 디즈니와 픽사는 특유의 놀라운 상상력과 기술력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주얼과 세계관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죽음을 앞둔 영혼들이 도달한 공간은 바로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탄생을 준비하는 곳과 이어져 있다. 이 공간은 칠흑같은 어둠과, 밝은 빛, 파스텔톤 언덕과 네온사인으로 환상적으로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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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꼬마 영혼들이 자신의 기질과 성격을 미리 결정하는 장면은, 수많은 예비관객들에게 자신의 성격을 돌아보게 하며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삶을 시작할 준비인 '불꽃'을 얻게 되면 꼬마 영혼은 지구로 떠난다. 영혼 22는 아주 오랫동안 불꽃을 만나지 못했고, 태어나서 삶을 산다는 것에 욕망이 없다. 조는 정체를 속이고 그런 22의 멘토가 돼 그를 돕는 한편,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헤맨다. 매 순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대사, 캐릭터들의 매력이 제이미 폭스, 티나 터너 등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 뛰어난 기술 효과·수준 높은 음악이 결합…감성 충전에 제격
'소울'에서는 애니메이션 특성상, 때때로 누구나 예상할 만한 전개가 이어진다. 지구로 가게 된 조와 22가 각자 고양이와 조의 몸으로 뒤바뀌어 들어가는 설정이 그렇다. 두 사람은 좌충우돌하며 당일 예정된 조의 첫 공연을 준비한다. 조는 22가 제멋대로 자신의 일을 망칠까 걱정하지만, 22는 오히려 능숙하게 주변인들에게 그가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인생관, 진심을 전하며 그의 입지를 세운다. 남들이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할까봐 감춰왔던 조의 본 모습은, 사실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자격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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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22는 자연스레 불꽃을 얻게 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급기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22에게, 조는 자신의 몸을 되찾고 뮤지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처를 안겨준다. 하지만 결국 그도 느리게, 어렴풋이 깨달아간다. 22가 경험해보지 않고 겁냈던 세상을, 조 역시도 제대로 느끼거나 즐기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틈만 나면 흘러나오는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의 음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길 거리다. 재즈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절로 몸을 들썩이게 된다.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비주얼, 아름답고 풍성한 음악의 삼박자가 아이부터 어른까지, 메말랐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가장 흔하고, 쉬운 이야기를 통해 모두의 마음에 한 줄기 빛을 비춰주는 디즈니-픽사의 주특기를 제대로 살렸다. 오는 20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