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모에 사형·양부에 징역 7년 6월 구형
1인 시위하던 시민들 검찰에 박수, 눈물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당연히 사형이 나와야죠."
14일 오후 8시 25분쯤 검찰이 생후 16개월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 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자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 박모 씨는 이같이 말하며 박수를 쳤다.
검찰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양모 장씨의 살인 혐의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 씨에겐 징역 7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수십여 명의 시민들은 결심공판이 끝날 때까지 법원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발을 동동 거렸다. 특히 갑자기 낮아진 기온 탓에 담요를 쓰거나 패딩을 껴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재판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시민들은 취재진에게 다가와 법정 안의 상황을 묻기도 했다. 피고인신문 내용이 담긴 기사를 읽어보고 "사형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도 보였다.
검찰의 구형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에 있던 시민들은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큰 소리로 "만세"를 외쳤다. 법원 이곳저곳에선 검찰 구형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서로 껴안으며 "축하한다", "고생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14 mironj19@newspim.com |
30대 남성 김모 씨는 "장씨 사형 구형에는 만족한다"면서도 "안씨 구형은 너무 조금 나왔다고 생각한다. 안씨도 사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구형으로 끝나지 않고 재판부가 최고형을 내려야 한다"며 "재판부가 '정인이 사건'을 통해 본보기를 보이길 바라며, 그렇지 않으면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의견을 보탰다.
시민들은 장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량이 나올 때까지 법원을 떠나지 않았다. 오후 9시 1분쯤 호송차량이 법원 밖을 빠져 나가자 시민들은 "장씨 축하해", "안씨도 사형"이라는 등의 소리를 외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법원 곳곳에 경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치는 등 법원 안팎을 통제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에도 법원 앞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본 주민들은 길을 멈추고 "무슨 일이냐"며 의아해 했다. 이내 정인양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보곤 "아기가 무슨 죄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시민들은 재판이 시작하기 전부터 법원 앞에 모여 정인양 양부모의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시민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미착용 시민을 단속하는 양천구청 관계자, 취재진, 경찰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저마다 '정인아 이젠 울어도 돼, '정인아 사랑해', '장씨와 안씨 사형', '사형에 처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법원 정문 앞에는 수십여 개의 근조화환이 줄 지어 있었고 곳곳엔 정인양 추모 사진을 모아 만든 피켓도 설치됐다.
재판이 시작되기 약 30분 전인 오후 1시 32분쯤부터 호송차량이 등장하자 흩어져 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은 정문 앞으로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장씨 사형", "사형"을 큰 소리로 외쳤다. 호송차량이 정문을 들어갈 때 몇몇은 울부짖었다.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시민 김모(49·여) 씨는 "정인이가 온 몸으로 말하고 있어서 재판이 6차까지 올 이유도 없었다"며 "입양기관 홀트, 양천경찰서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정인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59·여) 씨 또한 "말도 못 하는 아기를 췌장이 절단될 때까지 짓밟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며 "어른도 못 버틸 텐데, 사람이 아니라 악마고 '부부 살인단'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형 제도가 있어도 사형을 안 시키니,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며 "정인이 사건은 말도 못 하고 이번 '구미 여아'도 마찬가지다.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너희들은 똑같은 살인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직접 만들어 몸에 걸치고 있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