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들어 콘텐츠 품질책임 통신사에 돌린 넷플릭스
다음달 민사법원 '망 사용료' 책임여부 선고에 업계 주목
[편집자]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넷플릭스를 보다가 소위 '깍두기 화질'이라고 불리는 저화질이나 동그란 로딩 표시가 무한정 돌아가기만 했던 경험, 다들 한두번은 있으실 겁니다.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넷플릭스 무한로딩'을 키워드로 검색해봐도 관련 게시물을 쉽게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전송 품질 책임이 전적으로 통신사에 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과 이에 맞서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꽉 막힌 '인터넷 고속도로' 교통혼잡 책임은 누구에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인터넷을 '고속도로'라고 하면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은 고속도로를 오가는 운전자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운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장(서버)에 들르게 하려면 SK브로드밴드와 같은 통신사들이 깔아놓은 고속도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찾는 손님들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주변 도로는 물론 경부고속도로까지 막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다른 곳으로 가려는 운전자들까지 불편을 겪게 되자 일종의 한국도로공사 역할을 하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도로를 추가로 지을 수 있게 공사비(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합니다. 마치 서울시가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대형 시설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듯 말이죠.
여기서 넷플릭스의 주장은 "이미 SK브로드밴드는 운전자들에게 통행료를 받고 있으니 교통혼잡 책임은 SK브로드밴드측에 있다"는 겁니다.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이 매월 내는 이용요금 말입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측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화질별로 세 단계로 구분해(▲SD 화질을 제공하는 '베이직'(월 9500원) ▲풀HD 화질을 제공하는 '스탠다드'(월 1만2000원) ▲4K 화질로 제공하는 '프리미엄'(월 1만4500원))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으니 넷플릭스에도 고품질 영상 전송의 책임이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SD 화질을 보는 가입자가 소형차 운전자라면 4K 화질을 즐기는 가입자는 덤프트럭 운전자이기 때문이지요. 고화질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넷플릭스 역시 부담해야한다는 것이지요.
◆망 사용료 요구는 망 중립성 위반이라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넷플릭스는 통신망 제공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없이 다뤄야 한다는 이른바 '망 중립성' 개념을 들어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통신업계의 입장입니다.
'망 중립성' 개념은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CP들을 보호해 인터넷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통신사보다도 몸집이 커진 거대 CP의 책임회피를 옹호하는 데 이 논리가 이용돼선 안 된다는 거지요.
실제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사이 갈등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절대적인 강자였던 ISP와 이에 비해 소규모 벤처기업들로 이뤄진 CP들 사이 힘의 역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고속도로를 오가는 교통량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구글, 넷플릭스 등은 프랑스의 오렌지, 미국의 AT&T 등 해외 통신사들에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CP사들이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망 중립성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대근 잉카리서치앤컨설팅 대표는 "'웃돈을 줄 테니 내 트래픽을 먼저 처리해 줘'라는 대형 CP사의 요구를 ISP들이 들어주면 망 중립성 위반이지만, ISP가 도로, 즉 대역을 넓히는 데 CP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망 중립성이 유지되는 국가에서도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양측 갈등은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시행되면서 주춤할 듯했지만 오히려 더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까지 요청할 정도였던 양측의 갈등은 법정공방으로까지 치달았고, 현재는 민사법원의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달 선고될 1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양측은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