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살해 후 도주했다 붙잡혀 1심서 징역 10년
"범행 저지르지 않았다…조현병 증세도 전혀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홀로 살던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구속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부장판사)는 15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32) 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법원 로고. 윤창빈 기자 =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이날 박 씨는 진술기회를 얻어 직접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범행 현장 인근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쓴 사람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지만 자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행도구, 지문,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고 누구인지 식별이 불가능한데 신고자인 형이 저라고 단정짓자 구속이 되고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심 판결문을 보니 조현병으로 인한 과대망상, 피해망상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조현병 증세가 전혀 없다"며 "정상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피해자인 아버지나 신고자인 형을 지칭할 때도 이름 뒤에 존칭을 붙여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말했고 재판부는 가족에 대한 기억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박 씨는 "가족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없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기억력 장애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을 취소해주시면 자비를 들여 사설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재판에 참석하겠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사설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구속 상당성은 추후 법원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양형부당으로 항소한 검찰은 박 씨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를 고려해 치료감호도 청구할 예정이다.
박 씨는 지난해 8월23일 서울 마포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홀로 살던 아버지를 흉기와 둔기로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 씨의 형이 숨진 아버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 CCTV 등을 토대로 박 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후 경북 포항에서 검거했다.
박 씨는 아버지가 국가기관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평소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박 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버지를 살해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라면서도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피해망상과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상태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