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지금껏 미술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화랑이나 경매에서 그림을산 뒤 집이나 사무실 벽에 걸고, 즐기는 방식이 전부였다. 간혹 미술품 대여뱅크 같은 곳에서 작품을 빌려오거나, 분할구매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물리적 공간에서 작품을 대면하며 소유, 음미하던 방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의 등장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미술품 소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NFT에 기반한 디지털아트와 메타버스가 생겨나면서 이제 새로운 예술경험의 장이 활짝 펼쳐졌다. 젊은 층들은 새롭게 달라진 이 같은 방식에 빠르게 반응하며 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프린트베이커리가 기획한 NFT 디지털아트 전시에 출품된 인기 작가미스터미상의 작품 '머니 팩토리'. [사진=프린트베이커리] 2021.7.6 art29@newspim.com |
미술품경매사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프린트베이커리(대표 최호준)가 디지털아트의 메타버스 전시를 5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다. 프린트베이커리는 NFT 기반 디지털아트에 특화된 브랜드를 eddysean(에디션)이라 명명하고, 첫 메타버스 전시를 마련했다. 'The Genesis : In the beginning'이라는 사뭇 거창한 이름의 이 전시에는 총 2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 분야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첫 번째 민팅(화폐주조를 뜻하는 mint에서 비롯된 용어로 NFT발행을 의미)한 작품들이 가상공간에서 전시되기 시작했다. 또 메타버스와 연결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맘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소장도 가능하다.
작품의 전시장소는 메타버스 크립토복셀(cryptovoxels) 내에 지상 2.5층으로 건축된 에디션(eddysean) 갤러리다. 에디션 갤러리는 프린트베이커리가 전시를 위해 구매한 가상의 섬이다. 전시 관람은 에디션 홈페이지를 링크하거나 크립토복셀 홈페이지에서 에디션 갤러리를 검색해 입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메타버스 '크립토복셀'에 조성된 '에디션 갤러리'의 첫 가상전시 '더 제네시스:인 더 비기닝'. 7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사진=프린트베이커리]. art29@newspim.com |
전시타이틀인 '제네시스'는 창세기, 기원이란 뜻 외에 아티스트가 발행한 첫 번째 NFT를 뜻하기도 한다. 이번에 에디션 갤러리에 작품을 낸 작가들은 이미 NFT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첫 번째로 민팅한 작품들이 갤러리를 통해 선보여지고 있다.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켓플레이스 중 인지도가 높은 슈퍼레어에서 올 상반기 동안 12점의 NFT 작품을 미화기준 약 200만달러에 판매한 미스터미상(MRMISANG)과, 3D아티스트로 국내외에서 명성이 높은 김그륜 등이 참여했다. 직장인이었다가 전업 NFT작가로 변신한 레이레이(LAYLAY), '아토마우스'라는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인기작가 이동기를 비롯해 이경, 권수현, 홍원표, 윤하, 김선우 등의 작가도 출품했다. 일부 작가들은 디지털 아티스트인 YiTim(이팀)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민팅한 NFT를 내놓기도 했다.
그간 NFT에 주목해온 전세계인들의 발빠른 관심에 힘입어 NFT는 디지털 작품에 확실한 '소유'개념을 부여하면서 미술계는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오픈씨(opensea), 슈퍼레어(superrare),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gateway) 등 해외의 유명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미술작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들어 국내에서도 카카오를 비롯한 복수의 NFT 마켓 플레이스들이 일부 서비스를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유명 아티스트인 이동기가 YITIM(이팀)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작한 아토마우스(ATOMAUS). [사진=프린트베이커리] 2021.7.6 art29@newspim.com |
프린트베이커리는 지난 2019년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에디션과 NFT프로젝트를 추진해왔고,최근 특화브랜드 에디션(eddysean)을 출시했다. 에디션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상징하는 쌍둥이 eddy와 sean을 합친 브랜드다.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라 할지라도 미세한 차이가 있듯 가상과 현실이 맞닿은 세계의 오묘한 매력을 지향하며 명명한 이름이다.
이승환 프린트베이커리 본부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유통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방식이 전부였다. 이는 수백 년간 이어져온 방식이다. 그러나 디지털 아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게 돼 이제 가상세계에서 디지털 아트를 소유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게다가 대량복제가 아닌 단 1점, 즉 유니크(Unique) 피스라든가 한정된 소수작품으로 제한하는 기법까지 생겨남으로써 기존 미술작품과 같은 재화로서의 가치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NFT는 이렇듯 디지털 예술작품에 확실한 소유권을 부여하며 글로벌 아트마켓에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고 있다. 이 흐름은 '신세대만의 것'이라고 외면하기에는 대단히 도도하고, 전지구적이다. 우리 미술품 유통업체와 메이저 화랑들이 신영역 개척을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의 예술품 유통, 그 패러다임이 놀라운 속도로 변화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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