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골 135cm의 왜소한 체격으로 낮은 계급 추정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지난 2017년 경주 월성 서성벽에서 사람을 제물로 사용한 인신공희(인신공양) 사례로 인골 2구가 확인된 후, 올해 성인 여성 인골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소장 김성배)는 7일 "이번 조사에서 키가 약 135cm 전후로 체격이 왜소했던 성인 여성 인골과 동물뼈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월성 서성벽 인골조사 담당 김현식 연구사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경주 월성 서성벽 발굴 성과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과 올해 발굴된 인골 모두 영양상태가 불균형하고 좋지 않았다"며 "이번에 발굴된 인골은 전체적으로 골격이 발달하지 못하고 왜소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낮은 계급의 사람일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17년 경주 월성 서성벽에서 발견된 인신공희 사례의 남녀 인골과 올해 발견된 여성 인골 [사진=문화재청] 2021.09.07 alice09@newspim.com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7년 인신공희 긴급 보고 이후, 월성 서성벽 구간을 정밀 조사해 국내에서 최초로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사람, 동물 등을 제물로 바친 정황을 확인했다.
그 결과, 월성 기초부 공사를 끝내고 성벽을 거대하게 쌓아 올리기 전, 성벽과 문지가 견고하게 축조되길 바라는 인신공희가 거행됐음이 확인됐다. 특히 조사에는 2017년에 보고된 50대 남녀 인골에 더해 성인 여성 인골과 동물뼈 등을 추가로 발견됐다.
해당 여성은 이전과 달리 곡옥 모양의 유리구슬을 엮은 목걸이, 팔찌를 착용했고 키는 약 135cm 전후로 체격이 왜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사는 "인골이 발굴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사를 진행하면 더 많은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태를 보면 특별하게 외상에 의해 사망한 증거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골이 똑바르게 하늘을 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편안한 상태에서 죽거나 죽은 이후에 시신을 펴서 이번에 발견된 장소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올해 추가로 발견된 여성 인골 [사진=문화재청] 2021.09.07 alice09@newspim.com |
이번에 발굴된 여성 인골은 2017년에 보고된 50대 인골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장기명 연구사는 "인신공희의 토층 높이를 보면 50~70cm밖에 되지 않는다. 높낮이나 흙이 쌓이는 순서를 보면 2017년 발견된 50대 인골이 먼저 들어가고, 그 후에 이번 여성 인골이 연속적으로 매장이 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장된 시간적 격차가 너무 크다기 보다, 연속된 행위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신공희 지점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1985년과 1990년 시굴·발굴조사에서 출처 불명의 인골 20구 이상이 일괄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장기명 연구사는 "성벽 축조 과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사는 "20구의 인골은 인신공희 정황으로 발굴된 인골보다 상태가 양호하다기보다 동물뼈와 함께 있는 것이 17구,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것이 3구였다. 20구가 일괄적으로 보고된 곳은 정황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재검토를 해 의미를 유추해내려고 한다. 다만 성벽 축조 과정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다"고 답변했다.
인골과 더불어 동물 뼈도 인골과 함께 발견됐다. 뼈의 경우 말, 소 등 대형 포유류로 추정되며 늑골 부위 위주로 선별하여 제물로 바쳐졌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월성 서성벽 추가 조사와 성벽 단면 [사진=문화재청] 2021.09.07 alice09@newspim.com |
김현식 연구사는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인골이 나온 층 주위에서 골촉이 다수 확인됐다. 이것도 인골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골이 발견된 월성 서성벽은 인신공희뿐 아니라 축성 시기, 토목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이 크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기록에는 월성이 파사왕 22년(101년)에 축조된 것으로 등장하지만,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문헌기록과 약 250년 차이 나는 4세기 중엽부터 쌓기 시작해 5세기 초에 이르러 완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장기명 연구사는 "이번 인골도 월성의 실체를 밝히다 발견됐다. 인골이 발견된 서성벽 역시 너비 40m, 높이 10m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신라인들의 토목기술과 왕성의 웅장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성진 학예연구실장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도 월성의 실체를 밝히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월성 서성벽 조사 성과는 내일(8일)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학술적 의미를 토론하며 이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에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