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차별금지법 만들지 못해 한계"...이재명은 속도조절론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놓고도 당과 청와대·정부 이견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차별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한 발 물러서며 갈등이 해소됐지만 가상자산 과세 유예나 자별금지법 제정을 놓고 정부와 이재명 후보간 기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애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와 차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10.26 photo@newspim.com |
행사장에선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축사 종료되자 관객석에서 일부 인권운동가들이 "대통령님, 성소수자에게 사과하십시오.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차별금지법 즉각 추진하십시오"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차별금지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 의제이고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차별금지법이 현실에서 잘못 작동될 우려가 높은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6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뒤 15년째 입법이 추진 중이지만 일부 종교단체 등 반발로 법 제정이 번번히 좌절됐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놓고도 당정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되는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 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며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하자고 했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2030세대 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 후보의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가상자산 과제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여러 주장이 여야에서 나올 수는 있다고 본다"며 "정부로서는 이미 법으로 정해진 정책을 일관되게 지켜나가야 하는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에 여야 모두 합의해서 과세하기로 법제화를 했다"며 "정부는 과세를 위해서 그동안 준비를 해왔고 주요 선진국 사례들도 살펴보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하에서 가산자산 과세를 이미 시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적 안정성, 정책의 신뢰성 그다음에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24일 내년부터 실시 예정인 가상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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