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연준·수급여건 따라 상승 제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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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가파른 물가 상승세와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으로 글로벌 채권 시장은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세계 국채와 회사채 시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 지수는 올해 4.8%가 하락했으며, 채권 가격은 199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경기 회복 및 물가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고 경기순환주를 매수하면서 장기 국채시장이 타격을 받았고, 하반기에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전망이 고조되면서 채권 투자 수요 감소 우려가 불거져 단기 국채 가치가 급락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0bp 정도가 올라 절대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을 기록했고, 미국 채권 수익률은 3% 정도 내려 주요 채권 시장 중에서는 미국채가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또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린본드 발행이 5000억달러에 육박해 작년 대비 2배가 늘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크본드가 1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채권 시장 약세 흐름이 대체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투자 대상으로는 신흥국 채권과 회사채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사진=블룸버그통신] |
◆ 미국채 금리 2% 전망…변수는?
내년 미국채 금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 행보에 따라 점진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중 2%대를 뚫고 오를 것이란 게 월가 중론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고, 해외 투자자의 지속적인 매수와 미국 내 수급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리 상승폭이 다소 제한되거나 아래를 향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미국 재정 전문 웹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Bankrate.com)이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은 10년물 미국채 수익률 내년 3분기 말 1.86%를 기록한 뒤 내년 말에는 2.19%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모간스탠리는 연준이 첫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4분기나 2023년 1분기까지 연기한다 하더라도 내년 12월에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1%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경기 성장이나 인플레이션, 연준 전망치 등을 모두 감안하면 현재 미국 10년물 금리는 30bp가량 저평가돼 상승 여력이 크다"며 "10년물 금리는 내년 중순 2%까지 오르고 내년 연말에는 2.25%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일각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계속 아래를 향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파이퍼 샌들러의 디미트리 델리스와 라보뱅크 소속 리차드 맥과이어는 해외 국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미국채에 대한 해외 투자자와 미국 기업들의 수요가 지속되는 등의 이유로 미국채 수익률이 계속 아래를(가격 상승) 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감 역시 국채 수익률 향방에 중요하다면서, 현재까지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한 가장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신호를 내놓은 상태인 만큼 국채 수익률이 위를 향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핌코는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이 점차 줄고 민간 부문이 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한 걸음 물러나는 사이 정책 실수가 나타날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다"면서 지나치게 성급한 긴축으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내년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2분기 중 0.7%를 기록한 뒤 연말에는 1.20%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내년 초 단기물 중심으로 수익률 커브가 가팔라지면서 10년물은 내년 중반 2%, 내년 말에는 2.25%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미국채 수익률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 뒤에는 독일이나 일본 국채 대비 환헤지 후 투자 메리트가 양호한 미국채 특징도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 내부적으로도 국채 공급 압력이 완화되는 점이나 인플레 상승 압력이 국채 가격에 선반영된 점 등도 장기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채권 전문가 6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향후 3개월, 6개월, 12개월 미국 10년물 기준 수익률이 각각 1.75%, 1.90%, 2.08%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당 서베이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국채 수익률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라보뱅크의 엘윈 그루트 매크로 전략 헤드는 "내년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것이 연준의 중대한 긴축 사이클이 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동 조사에서 18명이 응답한 채권 시장의 변동성과 관련한 추가 질문에서는 2명을 제외한 16명이 모두 향후 3개월 동안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상승(5명)하거나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11명)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신흥국 남아공·인니 등 '맑음'
올해 신흥국 채권은 당초 중앙은행들의 긴축 선회와 더불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선진국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6개국 자료에 따르면 이달 23일 현재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국가의 국채는 남아공으로 수익률은 8.6%에 달했다. 남아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국가였음에도 올해 국채 수익률에서는 선두를 달린 것이다.
남아공에 이어 중국(+5.6%), 인도네시아(+5.2%), 인도(+2.7%), 크로아티아(+1.0%) 등이 국채 수익률이 높았다.
신흥시장 전체 국채 수익률은 올해 마이너스(-)1.4%를 기록했지만,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긴축발작 당시의 -3.8%보다는 훨씬 양호한 성적이다.
통신은 이처럼 양호한 신흥시장 채권흐름은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실시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글로벌 긴축발작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장에 심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헝가리와 페루, 칠레 등은 큰 손실을 봤는데 이들 모두 올해 금리를 인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HSBC 등에 따르면 남아공과 인도네시아 국채는 내년에도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고, 중국 국채도 내년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 2022년도 정크본드 인기
내년 금리는 오르고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회사채 투자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와 마찬가지로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가 투자 등급이 높은 회사채 대비 높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우량 기업들이 발행하는 블루칩 채권 시장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탓에 40년래 최장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정크본드의 경우 미국 경기 회복과 강력한 기업 재무제표,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과 역대급으로 낮은 디폴트율 등에 지지를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채권의 총 수익률은 올해 마이너스 1.3%를 기록했는데 내년 역시 전망은 흐린 상황이다.
반면 미국 하이일드채는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내년 발행물량은 과거 기준보다는 많겠지만 올해 기록한 4600억달러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여 가격을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미국 경기 개선세와 기업들의 재무제표 개선 효과에 힘입어 일부 상쇄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올해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에버그란데)그룹 디폴트 우려로 동반 매도세에 시달렸던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을 두고서는 내년에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 내 디폴트 우려가 과도했으며 덕분에 저가 매력이 고조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에크 폰테이 BNP파리바 신흥국채권 매니저는 아시아 하이일드 시장 수익률이 내년 최대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이 부정적 시나리오 가능성을 과하게 반영해 리스크-보상 수준이 매우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