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재택근무로 펫팸족↑
반려동물 고령화로 장례 수요 증가
장묘시설 전국 52곳…서울엔 없어
[편집자]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동물 장묘 문화는 소외받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것이 합법이다. 이를 피해 장례식장을 찾더라도 서울에는 한 곳도 없어 다른 도시로 이동해 원정 장례를 치르거나 무허가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인식 개선 등을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 공공 장묘시설을 짓고 올바른 장례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동물장묘업의 현황과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인턴기자 = #. 서울 성북구에 사는 송채림씨(30·가명)는 올해 16살이 된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송 씨는 반려견의 나이를 고려해 미리 장례식장 정보를 찾아보고 있지만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업체가 남양주에 있어 차로 1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반려견이 죽으면 직접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그럴 정신이 있을지 걱정이 된다. 가족이나 다름없어 최대한 좋은 시설에서 치르고 싶지만 거리가 멀어 고민 중이다.
송씨처럼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 장묘시설이 없어 시민들은 다른 시·도로 짧게는 40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 이동해야 한다.
◆ 코로나로 '펫팸족' 증가…펫캉스·펫셔리 등 문화 확산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교감하는 '펫팸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양·양육·사후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문화가 정착했다.
코로나19 변화된 반려동물 문화 트렌드. [자료=농정원] |
25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2021년 발표한 '코로나 전후 반려동물 문화 트렌드 변화'에 따르면 펫캉스·펫셔리 등 '반려동물 문화'에 관한 언급량은 코로나 이후 급증했다. 2019년 9만9675건에서 2021년 10월 12만6893건으로 1년 10개월 동안 27%가 늘었다.
또한 코로나 장기화로 여가 시간이 늘자 여행, 캠핑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활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색 문화로는 '반려동물 장례(1만4411건)'와 '펫시터(1만1366건)' 등 의료·돌봄 산업이 높은 언급량을 보였다.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관심과 확산은 관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불러일으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용품 출원은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이는 지난 6년간의 연평균 21%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장묘용품인 관, 유골함, 운구함 등은 물품 디자인 출원이 전년 대비 54.5% 증가해 사후 단계 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 노령 반려동물 점점 늘어나는데…장례식장 턱없이 부족
반려동물 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해 증가해왔다. 보통 반려동물이 7~12세가 되면 노령에 접어든 것으로 보기에 앞으로 그 수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604만 가구로 서울에만 131만 가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반려견 양육가구가 80.7%(약 483만 가구)를 차지하는데 이중 10세 이상 노령견을 기르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는 19.0%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장례 서비스(51.9%)'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전문 정보 제공과 상담 서비스(48.1%)', '펫로스(반려동물 사후 우울감) 극복 프로그램(32.1%)' 등 사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서울에는 장묘시설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인근의 다른 시·도로 이동해 장례를 치러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장례시설 현황 지도. [자료=e동물장례포털] |
2022년 4월 기준 전국의 장묘시설은 총 52곳으로 이중 21곳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관련 시설 건립 예정인 제주를 제외하면 장묘시설이 없는 지자체는 서울·광주·대전뿐이다.
경기도의 장묘시설을 찾는 이들의 상당수가 서울시민들이다. 강성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서울에 반려인구가 많다 보니 비율로 보면 시설을 찾는 이들은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이 4:6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장인혜 21그램 PR 매니저도 "서울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거리 문제로 직접 와달라고 요청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럴 경우엔 장례지도사분들이 직접 아이들을 수습해 장례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