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저에게 있어서 참신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하면서 재미도 느꼈고요. 저한테는 도전이었죠."
2001년 뮤지컬 '토미'로 첫 연기를 시작했던 배우 박지빈이 데뷔 22년차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근 종영한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통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지빈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2022.05.26 alice09@newspim.com |
"이 작품은 대본을 봤을 때 정말 재밌었어요. 시작 전에 대본을 3-4부 까지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웃음), 제가 맡은 생선이란 역할이 작품에 꼭 필요해 보였고요. 다만 걱정이 됐던 건 트렌스젠더였어요. 단순히 드라마 이슈를 만들기 위한 인물이라고 하면 우리가 표현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왜 생선이 트렌스젠더여야만 하나'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고요. 만약 그 이유가 작품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 역할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캐릭터에 대한 내용이 3부 마지막에 나와서 조금이나마 설명이 됐던 것 같아요."
박지빈이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맡은 인물은 극중 MS마트 생선 코너 담당인 '생선'이다. 나약하고 소심해 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전과 3범인 인물이다. 마트 내에서 가장 조용한 인물이 전과 3범이라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가장 큰 반전은 트렌스젠더라는 점이었다.
"이 역할이 부담스럽다기보다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처음에 역할을 접할 때 감독님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트렌스젠더가 미디어에 노출된 적은 있었지만, 우리가 이에 다가갈 때는 본질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조심스러웠고요. 이 캐릭터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길 바랐거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지빈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2022.05.26 alice09@newspim.com |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연기하고 표현한 만큼, 이번 박지빈의 연기는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한 작품 안에서 전과 3범을 숨기고 있는 마트 직원이자 트렌스젠더까지 연기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실제 트렌스젠더에게서 온 SNS 메시지였다고.
"이번 작품 하면서 '이번 작품 잘 봤다. 가볍게 표현하지 않아줘서 고맙다'라는 SNS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분 계정을 들어가 봤는데 실제 트렌스젠더시더라고요. 그 메시지를 받고 일로만 봤을 땐 뿌듯한 감정도 있었지만 뭉클하기도 했어요. 그 메시지가 너무 감사했거든요. 제가 한 노력을 알아봐주신 것 같았죠. 이 작품을 하면서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 나가는 코믹 수사극이다. 박지빈이 연기한 생선은 조용하고 속을 알 수 없는 탓에 초반부터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여러 복선이 깔려 있었잖아요. 생선이는 3~4부까지 용의선상에 오르고요. 그때까지 시청자를 속이면서 가야 했는데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여장을 하기 전까지 생선이는 말이 없는데 손님들은 능수능란하게 상대하고. 시청자들이 생선이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했거든요. 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것도 의심을 사려고 하는 행동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렇다고 '내가 범인처럼 보여야지'라고 했던 행동은 딱히 없었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지빈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2022.05.26 alice09@newspim.com |
살인사건 용의자를 추리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드라마 초반부터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은 많았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 역시 범인을 추리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에 박지빈은 "저희끼리도 범인이 누군지 몰랐다"고 말했다.
"대본 리딩 때도 범인이 누군지 몰랐어요. 그런데 첫 방송 모니터링을 하면서 실시간 톡을 보는데 시청자들은 범인이 누군지 아시더라고요. 그때 제작사에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고 몰래 흘린 건가 싶었어요. 하하. 저희 생각과 다르게 추리해서 범인을 잡아내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해봐서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웃음)."
아역부터 시작해 어느덧 22년차 배우가 됐다.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지만 최근 KBS2TV '붉은 단심'에서 또 다시 아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어려보이는 이미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법도 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예전부터 어려보이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왔고, 제가 커가는 모습을 다 봐주셨잖아요. 대중에겐 제가 40살이 되어도 어리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하하. 그런 이미지를 굳이 깨고 싶지도 않고, 깬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활동을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면 다르게 비춰지지 않을까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