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완충 방안 일환...금리 따라 잉여액 더 늘어
농협생명·한화손보 한숨 돌려...당국 권고치 지킬 듯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당국이 건전성 위기에 처한 보험사를 구제하기 위해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를 분기마다 실시한다. 가파른 금리상승이 건전성 지표(RBC) 급락으로 이어진 만큼 이를 완충하는 LAT도 금리변동을 제때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RBC비율이 당국 권고 수준(150%) 밑으로 떨어졌던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올 하반기부터 보험사 LAT 평가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규정 변경할 계획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RBC 완충 방안의 일환이다. 금리 급등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평가 손실이 커지면서 건전성이 악화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10.22 tack@newspim.com |
골자는 LAT 잉여액 일부를 RBC 산출에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LAT는 내년에 도입되는 새 회계제도(IFRS17)에 대비해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한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 자산은 시가 평가, 부채는 원가 평가하는 반면 IFRS17에선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 평가한다. 이렇게 되면 부채가 갑작스레 늘기 때문에 일종의 완충제를 만든 것이다.
기존 LAT는 반기마다 부채를 시가 평가한 뒤 원가와의 차액을 추가 적립하도록 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조금씩 상승 반전하면서 LAT에 따른 잉여금이 발생했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잉여금을 적게는 3000억원에서 많게는 18조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당국은 LAT 잉여액의 40%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해주는 동시에 LAT 산정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처럼 반기마다 LAT를 산정하면 분기마다 계산하는 RBC에 금리 변동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에만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포인트(p) 가까이 올라 지난 한해 상승분을 뛰어넘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오는 6월 이후에는 분기마다 LAT를 산출하게 된다"며 "금리가 오르면 잉여금도 늘기 때문에 변동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RBC가 150% 밑으로 떨어졌던 보험사들이 안도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구제안에 따라 주요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평균 16.9%p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매도가능채권을 많이 보유한 농협생명, 한화손보 등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당국이 LAT 잉여금에서 자본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범위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농협생명의 매도가능채권 규모는 50조원, 한화손보는 11조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하반기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반기마다 산정하면 잉여액이 더 늘어나고 그 만큼 자본 여유가 생긴다"며 "정확한 산출은 어렵지만 100% 밑으로 떨어지는 곳이 추가로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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