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도전 주자 인터뷰
"도덕적 가치와 민생정당 다시 세울 것"
"70대 DJ가 시대정신 더 앞섰었다...역량의 문제"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 정치계의 황태자로 불리던 그였지만 이후의 삶은 썼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얘기다.
"사실 2002년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건 딱 6년밖에 되지 않아요. 그 6년 동안 비교적 잘 나갔죠. 최연소 국회의원을 두 번 했고 6년 내내 1등 국회의원으로 평가받고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서울시장 후보까지 됐으니까요."
승승장구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2002년 대선 때였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돌연 탈당하고 정몽준 캠프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배신자'의 이미지 때문에 김 의원은 무려 18년 동안이나 정계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때의 경험은 여의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게 했다.
뉴스핌은 지난 12일 민주당의 차기 당권에 출사표를 낸 김민석 의원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12 kimkim@newspim.com |
◆ "민주당, 기본 무너진 상태…도덕적 가치와 민생정당 다시 세울 것"
김 의원의 사무실에는 커다란 사진 두 개가 걸려있다. 2008년 한미FTA 광우병 반대 시위 때 시민들이 광화문을 메우고 있는 사진과 당시 시민들의 바람을 담아 하늘로 날린 풍선을 찍은 사진이다.
"18년을 쉬는 동안 제게는 '하늘과 국민이 가장 두렵고 감사하다' 이 한 줄만 남았어요. 정치에 있어서 바름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만 남은 거죠. 그동안 정치권 문법 속에 있었다면 깨우치지 못했을 일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의원이 진단하는 민주당의 실패 원인은 '기본'을 지키지 못해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뭔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금도를 어겨도 된다는 분위기가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 개혁 정당이라고 하면 때로는 부족해도 도덕적 가치를 지키고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이기기 위해서는 편법을 써도 좋다는 게 너무나도 일상화돼 있고 자기 절제와 정화 능력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정치공학으로 끝까지 가본 사람"이라며 "사심없이 했으니 그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지만 지나고나니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와 시대정신이라는 아주 뼈저린 깨우침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가치와 도덕성을 상실한 데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며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도 그런 가치와 도덕성을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난 대선과 지선 패배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세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하나됨을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당내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대로 가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꼭 분당을 얘기한 건 아니다.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하나가 되지 못하면 결국 당의 역량을 총집결해서 국정을 견제하고 총선 승리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다 하는 얘기를 했던 것"이라며 "제 얘기가 분당론으로 해석되는 것을 보고 그만큼 당의 갈등에 대한 우려가 깊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대해서도 "아무리 세가 있다고 해도 정치에서 세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라고 뼈 있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반드시 건너가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도덕적 권위를 세우는 데 한계가 된다고 본다"며 "출마는 자유의 영역이지만 평가와 성찰은 절대 의무다. 본인과 당 전체에 굉장히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영역인데 이 대목이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근본으로 돌아가 당의 도덕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 진정한 민생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을 회복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결국 정치에 있어서의 최고의 공적 도덕성은 민생 아니겠어요? 지금은 너무 어려운 상황인 데다 정부여당이 이걸 해결해나가야 하지만 별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단 말이예요. 우리는 지금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리드해야 할 숙제를 안았다고 봅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12 kimkim@newspim.com |
◆ "97 세대교체론은 운동권식 사고…시대정신이 중요"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다. 서울대 82학번인 그는 1985년 총학생회장으로 이름을 날렸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과 '세대교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러모로 그에게는 어려운 도전이다.
"사실 97과 86은 같은 50대예요. 97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건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죠. 오히려 지난 20년간 주류였던 학생운동 출신들이 그 아래 세대에게 권력을 넘겨주자는 극복해야 할 운동권적 사고인 거예요. "
김 의원은 정치적 스승인 DJ의 사례를 들어서 이를 반박했다. 그는 "저는 20대 때도, 30대 때도 시대교체와 시대정신을 얘기했지 세대교체론을 주장해본 적이 없다"며 "70대의 DJ보다 그 아래 세대가 시대정신에 있어서 더 앞서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역량과 시대정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 출마가 무산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이 평소에 제기하는 여러 문제 중에는 당에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죠. 경청할 대목이 있고, 당은 젊은 인재들이 계속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젊은 리더십이 성장하는 것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시기, 또 전체 상황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죠."
김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처음 위원장직을 맡았을 때 3선 이상 중진과의 만남을 주선할 만큼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때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패기보다 당 전체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도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구도에 대해 제일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낸 게 저였지만 구도가 결정되고 나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그게 당인으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싶다. 조직과 당에 대한 존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또 출마 자격 문제에 대해서도 "절차나 해석에 있어서 이미 당이 판단을 내렸다면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문제제기는 충분히 하되, 일정한 결론이 내려지면 존중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