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옛말...이제는 'TARA'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해외 투자은행(IB)들이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은 멀리하라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월가에서 정설로 통하던 'TINA(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 공식도 옛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 75bp(1bp=0.01%p)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진 뒤 뉴욕증시가 27일(현지시각)까지 하락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주요 IB들은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축소할 것을 잇따라 권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의 4300에서 3600으로 대폭 하향한 데 이어 향후 3개월 간 미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낮췄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지속으로 연말까지 기업 실적이 하향되고 밸류에이션 역시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눈을 질끈 감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크리스티안 뮤엘러-글리스만이 이끄는 골드만 애널리스트 팀은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정점을 찍기 3~6개월 전에 해당하는 금리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구간에서 증시는 하락하곤 한다면서, 향후 3개월간 세계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축소', 현금에 대해서는 '비중확대'를 권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실질 채권 수익률 상승이 자산시장 전반에 계속해서 주요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며, 현재 주식 밸류에이션은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한 상태가 아니어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TINA 공식이 통했지만 이제는 'TARA(There Are Reasonable Alternatives, 주식 외에 더 합리적인 투자 대안이 있다)'라는 새 공식이 성립한 것 같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모간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여파 외에도 강달러가 추가 부담이 된다면서, S&P500지수가 내년 초까지 3000~340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주가와 채권 가격의 궁극적인 바닥은 인플레이션이나 연준의 결정보다는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 추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 수준에 도달하려면 연착륙은 불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시장은 이를 아직 반영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의 증시를 기피한다"고 밝혔다.
블랙록의 장 보뱅 투자연구소장은 27일자 투자노트에서 '과도한 긴축→경기 침체→물가 하락'의 패턴이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나타날 것 같다면서 "모든 시장의 주식을 피하되, 투자등급 채권과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에는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도 투자리서치 회사 네드데이비스가 미국 주식에 '매도' 의견을 냈고, 토마스프 피터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창업자 겸 회장도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S&P500지수가 3300 부근에서 바닥을 찍을 것 같다"며 추가 하락을 점쳤다.
27일 정규장에서 S&P500지수는 3647.29로 마감, 10% 가까운 추가 하락을 예고한 셈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