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략적 북한 감싸기 지속될 듯
주한미군 증원 등은 북중에 부담
김정은 한 달째 칩거하며 장고 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숨가쁘게 펼쳐진 다자외교 무대를 누구보다 주시했을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한국과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정상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행사의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란 점에서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11.15 photo@newspim.com |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만난 한미 정상회담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가세한 한미일 3자회담에 이어 14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바이든-시진핑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또 15일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이처럼 촘촘한 일정으로 한미중일 4국의 정상이 연쇄 협의를 이어가면서 지역 안보와 교역・환경 등 국제 이슈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자리에서 북한 문제는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이런 논의 결과 김정은으로서는 일단 한미일 공조라는 창과 중국이라는 든든한 방패를 함께 받아든 형국이 됐다.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은 물론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좌해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지만 시진핑의 답변은 원론적인 선에 그쳤다.
[서울=뉴스핌] 2019년 6월 20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2019.06.21.photo@newspim.com |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제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 추가적인 방어행위를 할 수 있다"고 시진핑 주석을 압박했다.
하지만 대만 문제나 미국 측이 제기한 신장・티베트 인권 이슈 등으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 측의 협조를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하루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시 주석은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치며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시진핑 주석의 언급이나 미중,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기류로 볼 때 당장 북한이 도발적 행보를 멈추거나 대화 모드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추가제재 움직임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북한의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온 중국의 김정은 감싸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실시된 북한군 전술핵 운용 등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장면.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0.10 yjlee@newspim.com |
물론 9월 말 전술핵 운용훈련을 내세운 미사일 도발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반발한 포 사격과 전투기를 동원한 무력시위 등이 한미 공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 있다.
훈련기간 연장이나 미 전략자산의 상시배치 수준 운영 등 대북 압박 카드에 이어 주한미군 증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란 점에서 도발할수록 감당해야 할 파고가 높아지는 딜레마를 헤쳐 나갈 묘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북한 지도부에는 부담일 수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11일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역내에 미국의 군사 안보력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시진핑 주석에게) 전할 것"이라고 한 대목도 김정은에게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 앞에서는 북한 편을 드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향해 미국에게 빌미를 줄 언동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보낼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김승겸 합참의장과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9월 27일 오후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인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76‧10만t급)에 올라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합참] |
7차 핵실험 등 한미가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도발 버튼을 누르기에는 김정은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달 20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대내외 리더십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시진핑과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연설 이후 한 달째 공개 활동을 접은 상태다. 올해 들어 최장 기간의 공백이다.
그만큼 향후 행보나 출구전략이 고민스럽다는 방증이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