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일 헤리티지 펀드' 100% 반환 권고
최다 판매사는 신한투자...전체의 80% 규모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금융감독원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100% 반환 권고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 펀드를 판매한 6개사가 말을 아끼고 있다. 강제력은 없는 권고안이지만 먼저 나선 판매사의 입장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어 누가 먼저 총대를 멜지 눈치 싸움이 시작된 모양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는 총 6곳이다. 신한투자증권의 판매 규모가 3907억원으로 가장 컸고, 그 뒤는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순이다.
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신한투자증권은 "(판매금 반환에 대해)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안에 대한 근거를 준만큼, 우선 법률 검토에 나선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날짜는 현재 미정이다.
판매 규모가 작은 다른 금융사들 또한 이사회를 연 뒤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권고안 전달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12월 중순에는 모든 판매사들이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반환 여부 등을 밝힐 전망이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금감원은 해외운용사가 상품제안서의 중요 부분을 대부분 거짓·과장되게 작성했고, 실제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하고 전날 판매사들에 권고안을 발송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을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민법상 조항이다. 6개의 금융사가 펀드를 판매할 때 잘못된 상품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투자자들의 착오를 유발했으니 '투자금을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김범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2일 금융감독원에서 '헤리티지 펀드' 투자원금 반환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2.11.23 zunii@newspim.com [사진=금융감독원] |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전액 원금반환 권고는 라임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안이 100% 원금반환으로 나온 상황에서 이를 불수용하기도 사실상 쉽지 않다"며 "결국은 먼저 결정하는 회사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원금반환 권고 당시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앞장서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수용했다. 총 287억원이었던 옵티머스펀드 보상금을 전액 내놓고, 라임·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있던 상품 10종에 대해 총 1584억원에 이르는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보상 규모가 작던 한국투자증권이 선조치를 취하면서 옵티머스펀드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곤란한 입장이 됐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모펀드를 4327억원 규모로 판매했는데 개인투자자 보상금으로만 2780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일반 투자자들의 원금은 전액 배상하되 금융당국 권고는 불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금융당국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방향으로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고 했는데, 이 경우 모든 책임은 펀드 판매사에 떠안아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이 함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헤리티지 펀드는 사업 시행사의 파산으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됐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4800여억원이 묶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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