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홍콩에서 제조된 제품을 '중국제'(Made in China)로 표기하기로 한 지난 2020년 미국 정부의 조치가 국제 협정 위반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가 21일(현지시간) 판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WTO가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1994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944)의 제4조 1항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제4조는 'WTO 회원국의 원산지 표기 요건이 다른 회원국들 기업에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홍콩은 중국과 별도의 WTO 회원으로 '홍콩, 중국'(Hongkong, China)이란 공식 회원명이 존재한다.
지난 2020년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고 그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발효하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여서 부여했던 홍콩의 무역 특별대우를 박탈했으며, 그해 11월에는 모든 홍콩제 수입품을 중국제로 통일해 표기토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이 더 이상 특별행정구가 아닌 여느 중국 도시와 같다는 판단에서다.
홍콩 행정부는 지난 2021년 1월에 DSB에 심의를 요구했고 WTO는 홍콩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애덤 허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미국은 WTO 패널의 심각하게 잘못된 판결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홍콩의 자주권과 민주주의·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미국 국가안보 이익을 위협하는데 "국가안보는 WTO 갈등 조정 기구에서 검토할 수 없는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지는 이번 결정으로 "근본적인 WTO 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콩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앨저넌 야우 홍콩 상무·경제개발국 국장은 "이번 판결로 미국이 국제무역법을 무시하고 홍콩 제품과 기업에 일방적으로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요건을 부과하고 이유없이 억압하며 경제·무역 사안을 정치화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한 화기 제조업체의 공장에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대(對)미 수출용 제품 박스들. 2019.06.01.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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