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우리나라 정치사에 협치와 타협은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픈 현실이지만,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년차까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례'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처리된 올해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기는커녕 처음으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처리되지 못했다.
169석이라는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의한 법안 단독 처리와 윤석열 정부 인사의 인사청문회 없는 임명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정치부 김승현 차장 |
이 같은 여야 극한 대치의 중심에는 '스트롱맨'(Strongman)들이 존재한다. 시스템에 의한 정치가 아닌 리더에 의존하는 우리 정치의 현실상 리더의 스타일에 따라 정국이 풀리거나 얼어붙거나 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트롱맨이 회자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한반도를 둘러싼 당시 4강국의 리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일본 아베 신조 총리였다. 이들은 모두 강한 국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정치에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다른 나라 이야기였던 스트롱맨의 정치를 우리나라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스트롱맨은 윤 대통령이고, 민주당의 스트롱맨은 이재명 대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됐을 때 윤석열 정부는 초강경 자세를 견지했고, 성공적이었다. 또한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대통령과 갈등을 겪던 나경원 전 의원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고, 출마한 후보들은 '윤심(尹心)'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8·28 전당대회에서 77.77%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가 본격화됐고, 민주당은 당력을 기울여 검찰에 맞서고 있다. 이를 우려하거나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은 이 대표의 지지자들의 성난 분노를 견뎌야 한다.
이 대표는 압도적 의석수와 지지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검찰 소환에 계속 출석하면서도 내달 4일 서울 숭례문에서의 장외투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또한 원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준비 중이다.
스트롱맨 본인은 권위주의적이 아닐 수 있으나, 스트롱맨을 둘러싼 주변인들과 의사결정 과정은 권위주의적이다. 맹목적일 정도로 절대적 지도자에 충성하고 따르는 추종자들이 생긴다. 그러한 집단에서는 '따르는 자'와 '반발하는 자' 둘만이 존재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굳이 진단하지 않아도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는 복합적이고 연결되어 있다. 또한 다원회된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이 수용하고 양보할 어느 선을 선택해야 한다. 스트롱맨에게 양보는 없다. 부러뜨리거나 부러질 뿐이다. 선택지가 매우 좁다는 의미다.
스트롱맨과 스트롱맨이 대선을 넘어 현재도 맞서고 있다. 당위적으로 타협과 협치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조차 회의적인 그런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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