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거래액 공개하지 않기로
'축포' 쏘던 작년과 분위기 달라
성장세 주춤...각종 지표 악화
무신사 등 대형 플랫폼과 경쟁 치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의 높은 성장세가 1년 만에 꺾였다. 연이은 가품 논란과 무신사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의 명품 공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발란·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 업계는 모두 지난해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플랫폼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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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사진=발란] |
◆ MAU·거래액 비교 지수 등 각종 지표 '뒷걸음'
거래액을 앞다퉈 공개하던 작년 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머스트잇은 2021년에 전년 대비 40.3% 증가한 3527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발란은 약 6배 증가한 3150억원, 트렌비는 3배 가까이 증가한 3000억원의 거래액을 거뒀다고 발혔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2021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하자 구체적인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온라인 명품 플랫폼 관련 각종 지표를 보면 성장세가 2021년 최고점을 찍고 2022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머스트잇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2021년 12월 87만9000명에서 2022년 12월 40만5000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거래액 규모를 엿볼 수 있는 소비자 거래지수(거래액의 최댓값을 100으로 설정한 후 각 시점에 환산한 값) 역시 99.7로 최고점에 가까웠다가 75.6으로 크게 감소했다.
발란과 트렌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발란의 경우 작년 상반기 유튜브 '네고왕' 출연으로 5월 MAU가 71만9000명으로 치솟았지만, 반년 만인 작년 12월 33만5000명으로 하락했다.
소비자 거래지수도 마찬가지로 5월에 100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가 12월 56.5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1년 12월에서 2022년 12월까지 트렌비의 1년간 MAU와 소비자 거래지수도 각각 44만9000명에서 30만3000명, 100에서 59.6으로 감소했다.
◆ 수익성 악화에 투자유치 규모도 줄어…무신사와 경쟁 '복병'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처럼 각종 지표가 악화되면서 온라인 명품 업계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명품 소비가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던 2021년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경쟁적으로 광고·마케팅 비용을 늘리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각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사가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비용은 624억원에 달했다. 이에 트렌비의 적자는 3배, 발란의 적자는 2배 확대됐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머스트잇마저 그해 적자로 돌아섰다.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태에서 자금시장까지 경색되면서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란의 경우 작년 10월 총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1년 전인 2021년 10월(325억원)과 비교해 투자유치 금액이 75억원 줄어들었다.
실제로 발란의 경우 작년 10월 총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1년 전인 2021년 10월(325억원)과 비교해 투자유치 금액이 75억원 줄어들었다.
무신사 등 대형 패션 플랫폼도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명품 판매와 신뢰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엔 위협으로 다가온다.
명품 플랫폼 업계는 지난해 과도한 반품비 부과 논란과 가품 유통 문제 등으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거래액 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 무신사는 지난해 말 병행수입 업체에 대한 새로운 정책 기준을 마련하며 사실상 병행수입 업체를 퇴출시키고 직매입 상품 판매로 선회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과 주요 취급 브랜드와 이용자 층이 겹치는 무신사가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신뢰도 회복에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