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전역 항만의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이 중국의 정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레인은 부두 안벽(항만 내 바다와 맞닿아 선박이 접안하는 구간)에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하역 장비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자와 국방부 관리들은 중국 상하이전화(振華)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들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 크레인에는 첨단 센서가 부착돼 있어 컨테이너의 출처와 도착지를 추적하고 미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오는 물품의 정보가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케냐 몸바사 항구에 있는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 2013.04.26 [사진=블룸버그] |
특히 지난 2년 동안 미군 기지와 인접한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주 항만이 ZPMC로부터 새로운 크레인 설비를 들였단 점은 미 연방 당국들의 정보 유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의 국가정보국장실(O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에서 국장을 지낸 윌리엄 에바니나는 "크레인은 원격 조정이 가능해 화물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며 "크레인은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 ZPMC의 항만 크레인 사업은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추는 합법적인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ZPMC는 약 20년 전에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는 글로벌 항만 자동화 산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다른 서방 업체들보다 장비가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글로벌 크레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항만의 선박과 육지 연결(STS)의 크레인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ZPMC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시공사인 국영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다. 크레인은 중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고 일부 항구에서는 2년 단기 비자를 받은 중국 국적인들이 크레인 작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정보 수집 활동 의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21년 미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산 크레인이 선박 통항량을 교란하거나 미국으로 들어오는 군사장비에 관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다만 당국이 확인한 구체적인 첩보 활동이 있었는지는 미지수라고 WSJ는 전했다.
그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볼티모어항으로 ZPMC 크레인을 운송하던 화물선을 조사, 정보 수집용 설비를 발견한 바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WSJ에 전했다.
이에 미국 내 몇몇 항구들은 ZPMC 크레인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스위스 등 서방 업체 제품으로 바꾸거나 아예 서방 업체의 크레인으로 교체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지난해 미국의 신규 크레인 구입에 중국산을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12월 처리된 국방수권법(NDAA)에는 미 교통부 산하 해사청(MARAD)이 연말까지 외국산 항만 크레인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 조사를 마치도록 명시돼 있다.
중국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WSJ의 취재 사실확인 요청에 "피해망상적"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띄우고 중국 카드를 쓰는 것은 무책임하며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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