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지난해 11월 민사소송 이어 금감원 민원 제기
롯데손보 "메리츠증권, 위험성 미고지 등 판매 펀드 위법"
메리츠증권 "일반적 딜구조…실사보고서에 변동성 기재 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국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펀드 관련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투자사인 롯데손보는 펀드 판매사인 메리츠증권이 리스크 요인들을 미리 고지하지 않는 등 위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메리츠증권은 롯데손보와 실사까지 같이 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과 펀드 운용사인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투자 펀드의 위법성 여부를 점검해 달라는 민원도 제기했다. 롯데손보와 메리츠증권은 소송과 금감원의 조사 등을 통해 진실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 美 발전소 투자 펀드 전액 손실 처리...롯데손보, 650억 날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건의 발달은 2018년 5월이다. 미국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소유 중인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운영자금 조달과 대출 차환을 위해 7억7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실행 후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후순위 메자닌(선순위채권과 보통주자본 사이에 속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본조달) 대출도 추진했다.
[자료=롯데손해보험] |
메리츠증권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그해 12월 1억6000만달러(약 2080억원)규모로 '하나대체투자미국발전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2호' 펀드를 조성하고 '셀다운(sell-down)' 투자자를 모집했다.
셀다운은 증권사들이 우선 자기자본과 대출 등으로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셀다운에 실패하면 해당 투자 자산을 떠안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손보가 2019년 2월 해당 펀드의 후순위 메자닌대출에 5000만달러(650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해당 펀드에 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원라이프, 교직원공제회 등도 투자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해당 펀드 관련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어 2021년 8월 펀드 기업회생절차가 종료되며 롯데손보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2년 6개월 만에 전액 손실 처리됐다.
◆ 롯데손보·메리츠증권, 공방전 지속...금감원 조사 결과 기다려
현재 일련의 과정과 관련 롯데손보와 메리츠증권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우선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 등이 투자권유 과정에서 투자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투자위험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메리츠화재 본사 사옥 2020.09.03 0I087094891@newspim.com |
롯데손보는 "투자결정 시 메리츠증권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 매출 총이익의 65%가 수익구조로 보장되며 현금흐름 민감도가 낮다는 사업타당성 보고서 등 내용이 존재했다"면서 "실제 발전소 가동률의 높은 변동성과 '스파크 스프레드(Spark Spread)'의 현금흐름 민감성으로 인한 EOD 발생 가능성은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스파크 스프레드는 전력가격에서 가스가격을 차감한 것을 말한다.
이어 "실사 및 투자검토 당시 메리츠증권 측이 제시한 2019~2025년 기간 평균 가동률은 88%, 스파크 스프레드는 35$/MWh였지만 실제로는 스파크 스프레드가 예상치보다 현저하게 낮아 원리금 상환이 불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스파크 스프레드와 관련 사업타당성 관련 실사보고서 등에 이용률 하락 및 전력가격 하락 위험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어 변동성이 있다는 점은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면서 "해당 딜(Deal)은 코로나19 천재지변으로 전력수요 및 가동률이 급감하고 전력가격 또한 낮아지며 선순위 투자자도 약 94%가량 손실을 낸 거래다"고 반박했다.
롯데손보는 이 펀드가 OEM 펀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운용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자나 판매사인 은행·증권사 등의 요청을 받아 만들어 운용하는 상품으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은 메자닌대출 투자건을 직접 발굴 및 기획하고 펀드 모집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며
"미국 현지에서 직접 딜 소싱(거래 발굴)을 진행했고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까지 직접 블랙스톤과 연락을 주고받은 주체로 확인하는 메일을 작성해 해외에 발송한 주체 역시 메리츠증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자사가 셀다운해서 운용에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OEM펀드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전에 구조화 작업에 있어서 수차례 미팅, 설명회, 질의응답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OEM펀드라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이 딜의 순서는 미국의 블랙스톤운용사 자산을 가지고 모건스탠리증권이 주간하고 하나대체운용이 주도적으로 롯데손보를 섭외했다"며 "자사는 셀다운을 목표로 받아온 물건으로 총액인수 역할만 수행했을 뿐 운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롯데손보는 해당 펀드의 담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측이 투자 당시 제시한 법률실사보고서와 투자설명서 등에 따르면 본건 거래의 담보구조는 '일반적'인 것으로 서술돼 있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담보가 존재하지 않는 '무담보대출'이었다고 주장한다.
롯데손보는 "일반적 메자닌대출 구조와 달리 메자닌 차주에게 제공돼야 할 선순위 차주 주식이 선순위대출 대주에게 모두 제공됐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특수성에 대해 메리츠증권과 운용사는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EOD 이후 담보권 행사가 제한돼 원리금 전액 손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해당 구조는 해외 화력발전소 딜에서 일반적인 구조이며, 본 딜과 같은 담보형태로 딜이 진행되므로 이례적인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통상적인 구조"라며 "담보와 관련된 내용은 법률 실사보고서 등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투자자 모두 해당 내용을 알고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양사는 금감원의 조사와 소송 과정을 통해 다툼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감원은 롯데손보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의견 청취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