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진출' 일주일 만에 체면 구긴 부산
코로나19 사태 얼마 안됐는데...위생 점검 강화해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부산 식당 11곳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등 위생 불량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글로벌 미식 관광 지침서인 미쉐린 가이드(미슐랭)가 부산 진출을 발표한지 일주일만의 일이다.
적발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찬 재사용 업소가 8곳, 중국산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둔갑한 업소가 2곳, 신고 없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한 업소가 1곳 등이다. 손님이 남긴 배추김치를 재사용해 김칫국을 만드는가 하면 가족 업주와 종업원이 가족인 식당에서는 주방 내에서 은밀하게 재사용 행위가 이뤄졌다.
심지어 단속 수사관이 식사하고 남은 어묵반찬을 그대로 다른 손님상에 올리려던 식당도 있었다. 이들은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가 지난 4~5월 부산 시내 식품접객업소 22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기획 수사를 통해 적발됐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3.06.12 romeok@newspim.com |
지난 1일 미쉐린가이드는 부산시와 함께 내년 2월 발간되는 미쉐린가이드 2024년판에 부산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박형준 부산시장은 "미쉐린 가이드를 통해 부산의 미식 문화가 알려지면서 지속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부산이 누구나 찾고 싶은 글로벌 미식 도시로 나아가는 데 미쉐린 가이드가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부산을 국제적인 미식 관광 도시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미식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미쉐린가이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중국 등 전세계 36개 국가 51개 이상 지역에서 최고의 식당에 별점을 준다. 고급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대의 식당(빕구르망)과 환경 친화 식당(그린스타)등을 두루 선정하는 식이다. 미쉐린가이드의 미식 평가단은 이미 식당 평가를 위해 지역 맛집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들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신분을 감추고 위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미식평가단의 암행이 시작되자마자 음식의 기본인 위생 문제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도 재사용한 반찬은 미식은커녕 '음식' 될 수 없다. 음식물 재사용은 엄연한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반찬 등을 재사용할 경우 영업정지 15일 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무엇보다 먹다 남긴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위험한 행위다. 불과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초유의 겪은 상황에서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
문제는 적발된 곳 이외 부산지역 식당에서도 반찬 재사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또 다른 식품 위생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조사와 관심이 필요하다. K문화와 K푸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해외관광객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의 식당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반찬을 앞세우는 외식 문화도 점차 바뀔 것으로 보인다. 푸짐한 양 보다는 음식의 위생과 질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이다. 아무리 양이 푸짐하더라도 남이 먹던 반찬을 반길 손님은 없기 때문이다. 미식 문화 구축에 앞서 음식물 재사용과 같은 부끄러운 위생 문제부터 근절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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