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논란에 업소 임대 매물도…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 역력
파주 시민단체 현지 행사 진행 … '상생의 길' 없나 안타까움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을 가다 <중>
그곳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2023년이 시작되면서 파주시가 어수선하다. 벌써 6개월째다. 민선 8기 김경일 파주시장이 부임한 이후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바로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을 본격화했다. 6.25 전쟁 당시 미군기지에 따라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용주골'을 전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집결지 여성들은 생존권을 내세우며 강력 반발해 파주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지 르포를 통해 사회정의냐 생존권이냐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상생의 길은 없는지 독자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상·중·하 세 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다. / 편집자 주
[파주=뉴스핌] 최환금 기자 = 집결지 입구에 설치된 감시초소 모습. 실체를 놓고 파주시와 집결지의 주장이 배치된 상황이다. [사진=최환금 기자] 2023.06.18 atbodo@newspim.com |
[파주=뉴스핌] 최환금 기자 = 용주골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약 3만㎡ 넓이의 일반주거지역에 74개 업소가 영업하고 집결지 여성은 전체 200명이 넘는다. 규모가 적지 않으니 그만큼 파주시의 부담도 컸다.
파주시 용주골 집결지 여성 모임인 '자작나무회'를 중심으로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성매매 처벌법에 의거한 단속 조치로 집결지 여성들을 압박했다"며 "집결지 입구에 청소년 통행금지 감시를 내세운 출입자 감시 단속초소를 설치해 집결지를 사실상 고립시키고 CCTV 설치를 시도하는 등 감시행위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야간에 용주골 출입자를 감시하는 시민감시단 활동 문제로 갈등이 번지기도 했다. 이는 용주골 길목마다 성(性) 매수자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인데 집결지 여성들과 주변 상인들은 "출입자 모두를 범죄인 취급하는 인권침해 행위"라며 항의했다.
이전에도 파주시는 한낮에 용주골 업소 일대를 걸어가는 시민 걷기 행사를 진행해 집결지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파주=뉴스핌] 최환금 기자 = 파주시가 집결지에서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파주시 제공] 2023.06.18 atbodo@newspim.com |
이처럼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역 전체가 흔들거리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현지 상황을 정확히 살펴보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집결지 일대를 둘러봤다.
갈곡천을 따라 조성된 업소들은 그대로 있었지만 영업하던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가 역력했다. '임대' 표시가 붙은 빈 건물, 집결지 여성 없이 불만 켜진 업소도 보였다. 집결지 여성들이 대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업소는 간간이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오가는 사람의 모습 대신 곳곳에 '폐쇄만이 정답이 아니다' '여가부를 폐지하라' '파주시청도 폐쇄하라! 왜 우리만 폐쇄하냐! 같이 죽자!'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폐쇄 강행에 따른 항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너희들이 원하는 게 우리가 죽는 거지? 우리 중 누구 하나 죽어 나가야만 만족하는 거지?'라고 자포자기하면서도 비장한 결의가 엿보이는 현수막도 있었다.
[고양=뉴스핌] 최환금 기자 = 집결지 업소에 '임대 문의' 표시(위)가 걸려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고 대변(代辯)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최환금 기자] 2023.06.18 atbodo@newspim.com |
이 가운데 '제발 저희 여종사자들의 진실 어린 얘기를 들어주세요. 강요라니요? 감금이라니요? 협박이라니요? 이곳은 저희 자신이 선택한 저희의 일터입니다. 저희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라고 걸린 용주골 여종사자 일동 명의의 현수막을 보니 '정말 이들에게 상생의 길은 없는 것인가'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곳 업소에 있는 한 집결지 여성에게 집결지 상황 등에 대한 입장을 물으니 그는 "폐쇄 여부 등 현 사태에 대해 어떻다고 개인적 입장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집결지 입장 등에 대해서는 이곳에 구성된 정화위원회 관계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줬다.
이에 정화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 만날 수 없었다. 다시 집결지 여성에게 정화위원회 관계자 연락처를 물으니 알 수 없다고 해서 기자 명함을 주면서 연락을 요청했다.
이후 외부에서 미팅 업무 중에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와서 미팅 중이니 문자 남겨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 미팅 후 그 전화가 정화위원회 관계자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연락하니 받지 않았다. 이후 같은 번호에 몇 번을 더 연락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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