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하락으로 급여 줄고 생활비 늘어나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역대급 엔저(低)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으로 외화벌이에 나갔던 베트남 노동자들이 철수하고 있다.
29일 베트남 현지 매체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베트남 주재원과 근로자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급여는 인상되지 않고 가처분 소득만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 N씨는 "예전 월급을 환전하면 2900만 베트남동(VND)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지금은 2200만동 밖에 받을 수 없다"며 "임대료와 각종 세금, 생활비 등을 빼면 한 달에 1400만동(약 78만원) 정도밖에 모을 수 없어 귀국을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노동자 T씨도 "식료품에서부터 전기요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난 몇 달 동안 라면으로 생계를 유지했다"며 "매주 식료품을 사는데 1만엔을 썼다면 지금은 1만5000엔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나고야에서 생활했던 J씨는 이미 지난 4월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그 역시 엔화 가치 하락을 복귀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그의 월급으로 3500만 동을 손에 쥘 수 있었으나 올 들어 3000만 동 수준으로 떨어진 때문이다.
J씨는 "같이 일하던 베트남 근로자 20여명 모두 현재는 귀국한 상태"라고 했다.
베트남 인력 송출회사의 한 관계자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일본보다는 한국과 호주, 유럽으로 일하러 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며 "일본이 더 이상 매력적인 노동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는 달러 대비 144엔을 넘는 등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 원화 대비 환율도 910원대를 기록하는 엔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본 엔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simin198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