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에서 바이든-빈살만 회담 고려"
美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노력
中 러 영향력 확대 견제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이디아리비아 왕세자와의 단독 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인터넷 매채 악시오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사안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와 별도로 회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양측이 회담 준비를 위해 수 주일째 접촉하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바이든-빈살만 회담이 성사될 경우 사우디와 이스라엘관의 관계 정상화와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 등을 포괄하는 대형 합의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동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통해 최근 중동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고, 사우디가 러시아와 밀착해 국제 유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위험도 줄이겠다는 셈법도 깔려있다.
주먹인사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키고 하나로 묶어 한미일 동맹의 기틀을 마련한 것처럼 중동에서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역사적 관계 정상화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사우디와 관계 강화, 이스라엘과의 수교 중재 작업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월에 이어 7월에도 사우디 제다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 등을 만났다.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상호방위조약협정 체결과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살만 왕세자가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 등을 둘러싼 양측의 앙금도 남아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취임 이후에도 빈살만 왕세자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안정 협조를 설득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 등을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러시아와 공조해 유가 감산에 나서 백악관의 격분을 샀고,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수교하면서 미국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가나 국민 들사이에서도 굳건한 맹방이었던 사우디에 대한 거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빈살만 왕세자와의 담판 등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수교 등 중동판 캠프 데이비드 협상을 이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 정책 어젠더들을 조속히 매듭 짓고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