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정우성이 감독으로 나선 '보호자'에서 김남길이 오랜만에 인상적인 연기변신에 나섰다. 마치 데뷔 초 그의 모습을 보는듯 순수하면서도 광기에 휩싸인 듯한 눈빛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김남길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보호자'에서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우진을 열연했다. 사제폭탄 전문가인 진아(박유나)의 동료로 어딘가 모자란듯 천진난만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행동하고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다소 위험한 인물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보호자'에 출연한 배우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2023.08.23 jyyang@newspim.com |
"보신 분들이 밝은 톤의 캐릭터가 좋다, 너 같다고도 말씀해 주시는데 연기할 땐 어려웠어요. 예전에 코미디 영화를 찍을 때도 '이건 그냥 김남길인데?' 하길래 편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사실 가장 어려운 장르더라고요. 남을 웃겨야 하는 감정적인 부분들이 연기하면서 어려웠거든요. 내 모습이 묻어나는 캐릭터라고 해도요. 평소 나처럼 하더라도 혼자 하는 거랑 다른 게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캐릭터와 붙어있다보니 자칫하면 극의 흐름을 깨지는 않을까 고민이 많았죠."
함께 출연하고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정우성과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그의 자식같은 작품에 캐스팅되고 출연이 성사된 과정엔 서로를 향한 애정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우성이 형이랑 워낙 친해요. 직접 캐스팅 연락 하면 불편해할까봐 대표님 통해 전달해주셨고 통화를 했어요. 시나리오는 클리셰적이지만 캐릭터가 독특했죠. 이런 거에 집중해서 캐릭터무비를 만들면 재밌겠다 하시는데 누아르 영화고 나도 멋있는 거 하나 하고 읽어보니 뭔가 나사가 좀 빠진 것 같은 캐릭터예요. 뭐지 하고보니 비틀어진 느낌이 독특해서 이 캐릭터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 생각했어요. 우성이 형이 감독을 하면서 이걸 준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극중 우진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현재는 진아와 세탁기 일을 하며 돈을 번다. 그러던 중 조직을 빠져나오려는 수혁(정우성)을 타깃으로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보호자'에 출연한 배우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2023.08.23 jyyang@newspim.com |
"어두운 영화에도 대중에게 더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만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누아르 장르고 액션 무비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한달까요. 잠시 긴장 풀 틈도 주고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나 다운된 캐릭터가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무엇보다 혼자 조금 밝은 톤을 유지하다보니 밸런스가 걱정되기도 했죠. 뭐야 혼자 왜 그러지 할까봐요. 우진의 철 안들고 나사 빠지고 부족하고 결핍있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김남길이 우진을 '보호자'에 어울리는 인물로 그리기 위해 고민한 만큼, 정우성의 그림도 확고했다. 그가 너무 튀는 톤이 되지 않게 고심했지만 정 감독은 "나를 믿어줘"라며 명확한 디렉팅을 줬다.
"시나리오에서는 진아와 우진의 관계가 조금 더 멜로적으로 그려진 부분도 있었어요. 수혁과 브로맨스도 그렇고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목적이 있는 관계니까요. 감독 입장에서 그런 불필요한 관계성을 쳐내고 캐릭터적으로 강화하는 데 집중하셨어요. 둘이 대화가 안통하는 것 같지만 묘하게 서로 이해하는 면이 있거든요. 우진이 입장에선 진짜 있던 일이 아닌데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기 빠져들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수혁에게만큼은 진짜 있었던 일을 100%까진 아니어도 말하기도 하죠."
정우성의 액션 장면을 직접 본 김남길은 그를 한국의 톰 크루즈라고 칭할 정도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스스로를 아낌없이 굴리면서도 후배에겐 "위험하니 하지말라"고 말해주는 선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보호자'에 출연한 배우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2023.08.23 jyyang@newspim.com |
"직접 안해도 되는 드리프트 장면까지 다 하셨어요. 놈놈놈에서 그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하고 말 타면서 장총 돌리는 거 물어보니까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야. 근데 안돼 위험해 하지마' 하시더라고요. 그땐 본인도 어렸으니 그냥 했지만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국의 톰 크루즈 같아요. 스케일이 좀 다르긴 해도 직접 하시니까요. 그러니 저도 안할 수가 없어요. 다른 현장에는 가서 '우성이 형이 위험하대. 하지 말래' 하기도 해요.(웃음)"
지난해 개봉한 '헌트'의 이정재 감독과 정우성 감독은 어떻게 달랐을까. 이정재가 조금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정우성은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김남길에게 '보호자'는 정우성의 원래 알던 배우로서의 스타일과 새로운 감독으로서 방식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작업이 됐다.
"작품 예산이 크지 않았어요. 물론 프로듀서가 전체 운영을 하지만 감독님이 계획을 세워서 어디 힘 빼고 힘 주고 구조적인 계획을 잘 하셨다고 생각해요. 첫 상업영화고 쉽지 않은 장르고 찍다보면 욕심도 나기 마련이잖아요. 우성이 형은 진짜 필요한 것만 찍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욕심나서 이걸 더 해보고 이런 게 없어요. '됐어. 난 이것만 필요해. 이것만 쓸거야' 하고 배우나 스태프들을 소모시키지 않죠. 에너지를 항상 현장에서 올인할 수 있게 축적시켜둬요. 예산 오바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그런 면에서 좋은 감독이죠. 불안할 법도 한데 분명한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