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3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적으로 실시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에 시민들이 무관심해 보였다고 서울에 파견된 외신 특파원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도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는 소식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오후 2시 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노란 재킷을 입은 민방위 대원들이 행인들에게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나 안전한 지하 공간으로 이동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많은 행인들은 이러한 요청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지정된 대피소나 인근 지하 공간을 찾기 위해 서두르지도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영국 공영 BBC방송의 진 매켄지 서울 특파원도 "무려 6년 만의 전국 단위의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고 북한의 위성 발사가 임박한 와중이지만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했다"고 보도했다.
사이렌이 울리자 경찰이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도로로 뛰어들었고, 공무원들은 사람들을 인근 지하철역으로 안내했다며 그가 "직접 서울 중심부의 한 지하철 역사 안에 가보니 대피하기 위해 모인 시민은 12명에 불과했다"는 전언이다.
역사 안에서 만난 최씨(20)는 "우리는 아직 북한과 전쟁 중이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이 도발할까 걱정된다. 미국과 군사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에는 훨씬 많은 시민이 평소처럼 거리를 걷고 있었다. 지하철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80세 박씨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느라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알렸고, 카페에 있던 양씨는 "대피소가 어디인지 몰라서 안 갔다. 왜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쟁은 안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웬디 테오 특파원도 훈련날 오전에 서울 시민 5명을 붙잡고 인근 대피소의 위치를 아는지 물었더니 "한 명만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전역에 지정된 대피소는 약 1만7000곳에 달하고, 국가재난안전포털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지도로 손쉽게 근처 대피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시민들은 그저 무관심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대중의 무관심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한국 대중이 전쟁 위협 인식을 제고하려면 단순히 전시 식량을 맛보는 것 이상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리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러한 대중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민방위 훈련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대비를 위한 물류 및 통신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라며 "(민방위 훈련은) 대중이 인근 대피소 위치를 파악하는 것 외에도 북한의 위협과 한미 방위훈련의 필요성 인식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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