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정유미가 영화 '잠'에서 10년 만에 이선균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칸이 사랑한 봉준호 감독의 추천으로 인연을 맺은 영화로 직접 칸의 관객들과도 만났다.
정유미는 9월 6일 '잠'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재선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했던 소감과 칸에서 느낀 관객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잠'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3.08.31 jyyang@newspim.com |
"처음에 시나리오 봤는데 오랜만에 컴팩트하고 간결한 작품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감독님 만났더니 되게 좋았죠. 영화를 어떻게 그리실 건지 얘기해주셨을 때 표현이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영화가 다양한 장르로 언급되고 있는데 감독님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신선했어요. 이런 표현을 하는 감독님은 어떻게 영화를 찍을까 궁금했죠."
'잠'은 아주 일상적으로 찾아오는 잠자는 시간에 대한 공포를 이색적으로 풀어낸다. 사랑하는 부부 사이 관계를 위협하는 매개가 되는 동시에, 서로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게 만든다. 장면이 전환되거나 새로운 사건이 들이닥칠 때마다 관객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사운드효과가 돋보인다.
"찍을 땐 사운드가 그렇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작품이 나온 걸 보고 소리가 중요한 영화구나 깨닫게 됐죠. 그게 다시 한 번 신선하게 느껴진 포인트이기도 해요. 감독님과 또 한번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영화의 느낌이랑은 많이 다른 분이거든요. 직접 뵈면 동글이 같고 순둥한 느낌이 큰데 그런 발상과 상상력이 신선하게 느껴져요. 편안해 보이는 장면들 사이에서 우리 영화만의 디테일을 만들어낸 게 감독님의 장점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잠'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3.08.31 jyyang@newspim.com |
'잠'은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고, 점차 사건과 인물 간의 갈등 관계가 복잡하게 흘러간다. 정유미는 각 장들에서 연기한 수진의 감정을 떠올리며 "어떤 느낌을 의도했다기보다 시나리오에 적힌 대사와 분위기를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각 장마다 사건과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변화의 포인트도 있긴 있죠. 연기할 때는 이렇게 변하니까 이렇게 해야지 하고 의도하진 않았어요. 세트에서 미술이나 조명, 무드가 바뀌면 생각 이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했죠. 별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 없을 만큼 시나리오에 충분히 잘 설명된 작품이었어요.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았고 그걸 믿고 쭉 밀고 나갔죠."
영화 후반부에 수진이 폭주하는 장면에선 광기 어린 그의 표정과 눈빛이 일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유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놀랍다며 "이런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면 더 광기있게 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잠'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3.08.31 jyyang@newspim.com |
"오히려 아쉬움이 컸어요. 좀 더 갔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표현들을 듣고 나니 더 그래요. 완전히 돌아버린 표현을 제가 한 건 아니었는데 당시 상황에 맞게 감독님과 상의를 해서 연기했죠. 요즘 맑은 눈의 광인이 유행이니까 그런 말을 붙여주신 것 같아요. 역시 더 광기를 폭발시켜야 했나. 마지막 신에선 사실 연기하면서도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망설이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주신 것 같아요. 이런 평을 듣고 나니 더 과감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이선균, 정유미의 조합이라는 점과 칸에서 먼저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이란 점에서 '잠'에 쏟아지는 국내 영화팬들의 기대감도 크다. 정유미는 이선균과 10년만에 재회한 소감과 함께 이 영화에 쏟아지는 호응의 비결을 나름대로 얘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빠와 연기한 게 10년 전이지만 서로 현장에서 말 많이 안하고도 수월했어요. 둘 다 글과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저 개인적으로 이선균이란 배우에게 믿음이 컸어요. 뭘 해도 잘 받아주시기도 하고요. 이런 배우를 만나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감사했죠. 우리 작품을 좋게 봐주시는 이유라면 유니크하기도 하고 신인 감독님의 스마트한 연출이 돋보여서가 아닐까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엔 우리 작품이 그리 길지 않아서 좋기도 해요. 러닝타임이 긴 영화 중에 재밌는 영화도 많지만 오랜만에 짧은 시간 안에 재미를 담은 영화를 선보이게 돼 좋아요. 짧지만 확실한 재미가 있는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