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박서보 화백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2세.
박서보 화백은 지난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소식을 전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작품 활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낸 바 있다.
1931년에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1950년 홍익대 미술과에 입학했다. 1962년 홍익대 미대 강사로 시작해 1997년까지 미대 교수로 지냈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과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등을 받았고 제64회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1950년대 전위적인 엥포르멜 운동을 이끌었고 1960년대부터 작가의 대표 화법으로 통하는 '묘법' 시리즈가 탄생했다. '묘법' 시리즈는 한 가지 색으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행위로 고인의 아들이 연필을 긋는 모습을 보면서 화법으로 승화한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행'과 작업으로 해석하며,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의 제목은 '박서보-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서보 작가 [사진=기지재단] 2023.03.14 89hklee@newspim.com |
1990년대 중반부터는 '후기 묘법' 시기로 그의 대표작들이 탄생했다. 그는 막대기와 자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처럼 파인 면들을 만들어 깊고 풍성한 색감이 강조된 작품이 이어졌다.
올해 3월에는 제주에 그의 이름을 딴 박서보미술관 건립 기공식이 진행됐다. 당시 박 화백은 "내가 원하는 미술관은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갈 수 있는 곳"이라며 "내 그림이 그들에게 치유가 되길 바란다. 이것에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목적 중 하나이고,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유"라며 미술 활동의 의미를 전한 바 있다.
박 화백은 또한 "주변에 나와 동시대에 살며 역할을 한 좋은 작가들이 있다"며 "그분들이 때로는 개인전도 하면 제주까지 찾아온 관람객도 만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술관은 내년 여름을 목표로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 부지에 세워질 예정이다.
박 화백 슬하에는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며 조문은 이날 오후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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