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산재 이어져
지속적 안전 교육 교류할 수 있는 산업별 '자율규범' 必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연초부터 대형 수주를 이어가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는 한국 조선소의 이면에는 여전히 중대재해 리스크가 존재한다. 전문가는 현장을 제일 잘 아는 현장 직원과 관리자, 조선업체들이 몇 가지 대표적인 사고예방을 위한 토론, 논의를 거쳐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 3사에서 올해만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먼저 발생한 사고는 한화오션의 옥포조선소 내 폭발사고였다. 지난달 12일에 선박 방향타 제작공장 표면을 갈아내는 작업 도중 일어난 폭발으로 20대 협력업체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25에는 옥포조선소 E 안벽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던 잠수부가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지난 12일 오후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부유식 원유생산 설비(FPS) 제작 과정에서 일부 철제 구조물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0대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0대 근로자 1명이 다쳤다. 두 근로자는 HD현대중공업이 계약한 사외 전문업체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도 60대 용접공이 새벽 작업을 위해 선박 내부 계단을 이용하던 중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3000억원 안전·보건 비용에도 산재 발생…"비용 문제 아냐"
조선업계는 제조업 중 산업재해(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이다. 심지어는 법적으로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공상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산재통계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은 건설업과 더불어 산업과 노동시장의 특성이 작용하는 특수 산업이라고 분석한다. 사업장은 대형구조물인 배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추락, 충돌, 용접 과정에서 폭발 등의 위험이 상존한다. 사업 수주에 따라 생산이 결정되는 일종의 프로젝트성 사업이며 건조하는 배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정규 고용도 힘들다. 그렇기에 한 하청업체에 과도한 작업 물량이 몰리거나 외국인 등 비전문인력 투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망 사고는 없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현장을 관리하는 안전·보건 관리자는 유지되는데 하청업체나 협력업체가 바뀌면서 지속된 안전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안전문화 형성이 힘든 현장"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는 매년 1조원에 육박하는 안전·보건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중공업 안전·보건 예산이 33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오션 3200억원, HD현대중공업 3085억원 순이었다. 3사 예산을 합치면 9585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은 올해 안전 예산으로 3500억원을 배정했고 다른 2곳도 지난해 대비 증액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박 박사는 조선 3사 매출이 각각 10조가 안되는 수준에서 3% 정도의 비용을 매년 부담하고 있는 것은 예산 부족의 문제가 아님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
◆"산업 공동 적용 가능한 '자율 규범' 구축해야"
지난해 연말부터 늘어난 중대재해에 올해 초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조선 3사도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멈춰 있던 조선업이 다시 시황 개선에 돌입하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조선사들이 향후 3년 간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고 추정하며 조선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생길 수 있는 중대재해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삼성중공업은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 에너지로부터 15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계약 금액은 4조5716억원으로 삼성중공업 단일 최대 수주 규모다. 한화오션도 올해 초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을 연이어 수주했고, 카타르 프로젝트 2차 발주를 통해 12척의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더불어 위험 산업에서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위험성 평가 기반 자율 규범 구축에 힘이 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외부 사람들은 사업장 내 위험을 모른다. 현장을 제일 잘 아는 현장 직원과 관리자, 조선업체들이 몇 가지 대표적인 사고예방을 위한 토론, 논의를 거쳐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은 산업재해만을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다. 재해보험조합은 산업재해의 예방, 보상, 재활 업무를 전부 담당한다. 정부 기관이긴 하지만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산업주와 산업재해전문의는 해당 기관에 산업재해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는 번거로운 신청 과정 없이 산업재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강 교수는 "이를 참고해 조선소만의 합의기구나 안전 규범 매뉴얼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해보험조합은 잦은 현장 방문을 통해 안전조치와 작업 중단 등으로 근로자와 사업주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독일의 근로자 10만명당 사망자는 2022년 기준 0.78명으로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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