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형 달러펀드, 불법 투자금 모집 사례로 분류
네이버·유튜브에는 광고성 글 여전히
네이버 "국가기관에서 판단해줘야 내릴 수 있어"
국가기관 "불법 업체인 것과 사기는 별개"
사적 영역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어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 김성주(가명)씨는 투자사기 카페에서 글을 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연금형 달러펀드로 홍보하는 '달리오디비'에 거액을 이체했는데, 금융감독원이 달리오디비를 불법 금융투자업자로 확인해줬다는 공익성 글이 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 숏츠나 네이버에는 여전히 관련 광고글이 올라오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달리오디비나 삭소펀드 등 외국 금융사를 사칭하는 불법 투자금 모집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월 2%대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유튜브와 블로그, 지식인 등을 통해 광고글을 게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가 온라인에 게시된 재테크 관련 동영상, 게시글을 함부로 믿지 말라며 지난 14일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사진=뉴스핌DB] |
문제는 불법 금융투자업체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는 여전히 광고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검색했을 때 해당 업체들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글이 상단에 게시된다. 인터넷에 계속해서 정보가 돌 경우 추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유명 재테크 관련 채널과 유사한 가짜 계정을 만들거나, 신문 기사 형식으로도 글이 올라와 투자를 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국가기관이 해당 업체의 이름을 명확히 밝힌 후 불법성을 확인해야 글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 관계자는 "해당 사례는 해외에 기반을 둔 업체에서 운영해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금감원 등 기관에서 불법 업체라고 판단해야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근거로 드는 국가기관 역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법 업체인 것까지는 파악했어도 형법상으로는 사기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경열 법무법인 율선 변호사는 "투자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고, 약정 기간 이후 돈을 돌려준다면 경찰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 때문에 사실상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사건이 파악 가능하다"고 했다.
금감원은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회사를 특정해서 공표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금융 영역이라 이들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며 "모니터링 차원에서 투자 사기로 의심되기 때문에 경보를 낸 것뿐"이라고 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사적 영역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가 불법 금융투자업체라는 글을 올리고 있지만, 신고를 받은 네이버는 계속 글을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사실을 늦게 안 피해자가 생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관련된 글을 게시하면 자꾸 삭제돼 추가피해가 계속 생길 거 같아 걱정"이라며 "게시중단 요청자가 관련 당사자로 뜨는데, 사기라는 글이 안 뜨게 신고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사기에는 민사소송 절차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홍 변호사는 "민사상 불법 행위로 가압류를 건 후 형사 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을 수 있다"며 "고소를 하게 되면 (업체가) 숨어버리는데 가압류를 하면 돈을 묶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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