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퇴직금 반환소송 1심 패소→2심 일부 승소
"명예퇴직자 4명, 퇴직 사유 기망해 부당이익 취득"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서발 고속철도 SRT 운영사에 재취업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명예퇴직한 직원들이 퇴직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26일 코레일이 A씨 등 전 직원 34명을 상대로 낸 명예퇴직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전=뉴스핌] 최지환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국민시승단을 싣은 KTX-청룡이 정차해 있다. 2024.04.22 choipix16@newspim.com |
A씨 등은 코레일에서 20년 이상 근속하다 2015년 7월~2017년 6월 명예퇴직 신청을 하고 1인당 4400여만원~1억6000여만원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당시 이들은 명예퇴직 사유란에 개인사정, 가사 및 건강관리, 귀농, 부채 청산, 간병, 휴식 등을 기재했는데 실제 퇴직 후에는 SRT 운영사인 에스알(SR)에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레일은 2014년 인사 규정을 개정해 '자회사 취업을 전제로 퇴직하는 자'를 명예퇴직 결격사유로 명시했다. 또 명예퇴직 예정자에게는 '자회사에 재취업됐을 경우 명예퇴직금 전액 환수에 동의한다'는 환수약정서를 받았다.
이에 코레일은 2019년 3월 재취업 사실을 숨긴 A씨 등 명예퇴직자들을 상대로 퇴직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SR은 원고(코레일)의 자회사가 아니고 피고들(A씨 등)의 행위를 기망이라 보기도 어려우며 원고의 착오와 명예퇴직 승인의 의사표시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며 A씨 등이 퇴직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SR을 코레일의 자회사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SR 공개채용 전형에서 합격한 사실을 숨기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 4명에 대해서는 "명예퇴직 사유를 기망한 것"이라며 이들이 받은 퇴직금 합계 5억1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미 SR 공개채용 전형에 응시하고 서류·면접전형을 모두 통과해 합격 사실을 안 상태에서 공사에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며 "재취업이 확정됐으면서도 인사담당자와의 문답에서 취업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사정을 명예퇴직 사유란에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취업을 사실대로 말한 사람은 명예퇴직 승인이 거부돼 명예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이들에게 명예퇴직금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재취업을 사실대로 말한 근로자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명예퇴직원 제출 및 명예퇴직 사유 관련 문답일 이후 SR 공개채용 원서를 접수한 나머지 30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면서 "명예퇴직을 전후해 SR의 채용공고가 이뤄졌거나 피고들이 명예퇴직 전 경력증명서 등을 발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들이 재취업을 전제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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