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행정부의 대중 관세인상 조치와 차별점
11월 대선 겨냥, 짙은 정치적 의도 깔린 행보
인상 조치의 찐 배경과 중국 산업 영향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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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美 전방위 대중국 슈퍼관세① 배후에 가려진 경제∙정치적 의도>에서 이어짐.
◆ 트럼프 집권기 관세 인상 조치와는 다르다?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은 4배, 리튬배터리와 기타 배터리 부품에 대한 관세율은 3배, 태양광 전지에 대한 관세율은 2배나 오르는 등 품목별 관세 인상폭은 높은 편이나, 전체 규모로 따져보면 크지 않다.
이번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대상은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약 24조5700억원) 규모다. 이는 2023년 중국의 대(對)미 수출과 중국 수출 총량의 3.6%와 0.5%에 불과하다.
이번 관세 인상 규모와 속도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와 비교해서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 2018년 7월~8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철강∙알루미늄, 기타 금속제품, 하이테크 산업 제품 등에 대해 관세를 25%로 인상했는데, 당시 인상된 관세가 적용된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500억 달러 정도였다.
이어 2018년 9월에는 자동차 부품, 전자설비, 화학제품 등 다양한 산업과 관련한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10%로 인상 부과했는데, 그 가치는 2000억 달러에 달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됐던 해당 관세율은 2019년 6월 25%로 재인상됐고, 같은 해 9월에는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며 공격적이고 엄격한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 인상 배경? '짙은 정치적 의도, 소통∙조정 여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인상 조치를 단행한 배경과 관련해 현지 전문기관들이 어떠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표심을 얻기 위한 '쇼(Show)'의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비교적 효율적으로 미중 간 갈등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며 표심을 획득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또한 너무 경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통과 조정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없다면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제스처를 취했었다. 하지만, 대선을 몇 달 앞둔 현 상황에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부터 시행된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미 대선의 6대 경합 지역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 3개주에서 표심을 굳히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인 2024년 5월 13일 시행한 미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6개 경합주 중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펜실베이나와 미시간주에서의 격차는 비교적 적지만 나머지 4곳의 경합주에서는 비교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어 펜실베이나, 미시간, 위스콘신 등 대선 경합주이자 '러스트벨트 3개주'로 불리는 지역의 표심을 얻는 것이 급선무가 된 상황이다.
펜실베이나주는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철강업체인 US스틸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고, 미시간주는 높은 전기차 배터리와 신에너지차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지역 중 하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철강∙알루미늄과 전기차와 배터리 등의 핵심 산업에 대한 대중국 관세를 대폭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피력, 이를 통해 러스트벨트 지역의 유권자 표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와 비(非)전기차용 리튬배터리, 천연흑연과 영구자석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관세 인상 일시를 2025~2026년으로 지정하며 조정의 여지를 뒀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올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는 이미 예고됐던 바였다는 점에서도 양국의 소통 여지를 고려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백악관 관리를 통해 올해 초 관세 심사 후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고, 4월 방중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의 과잉생산' 지적 발언 또한 미국의 이러한 사전 구상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앞서 염격하고 급박하게 추진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의 대중국 관세 인상 행보와는 차별화된다고 현지 전문기관들은 평한다.
◆ 관세인상 영향은? '타격 불가피 3대 영역'
현지 전문기관들은 이번 관세 인상 규모와 속도, 배후에 깔린 정치적 의도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중국 산업이 받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미국이 관세 인상을 단행한 산업 중 일부는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Wind)와 동오증권에 따르면 '새로운 3가지 품목(新三樣, 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전지)'과 철강∙알루미늄은 2023년 기준 중국 전체 수출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수출 품목인 동시에, 전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 영역이다.
그 중 2023년 기준 철강과 철강제품,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제품, 3가지 품목의 미국 수출 비중은 각각 9%, 11%, 9% 정도로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을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두고 있는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이번 관세 인상 조치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새로운 3가지 품목의 경우 세부적으로 리튬이온 축전지의 대미 수출 비중이 21%를 차지해 관세 인상에 따른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기차와 태양광전지의 대미 수출 비중은 1% 정도로, 유럽과 아세안 지역에 대한 수출에 집중돼 있어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오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가 당장 해당 산업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향후 미국 정부가 '작은 마당과 높은 담장(小院高墻)' 전략의 균형을 어느 정도 지켜갈 지에 있다고 평했다.
'작은 마당과 높은 담장'은 일부 분야를 특정해 고강도 제약을 부여하는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굴기 억제 전략을 빗대는 표현이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