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독점권 대가 금호고속에 1600억 무이자 대여
법원 "조세부담 부당 회피·경감…법인세 부과 적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을 담보로 그룹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아시아나항공이 강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5월 3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뉴스핌DB] |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코리아)와 계약을 종료하고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사인 게이트 고메 스위스와 합작 설립한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아시아나항공이 GGK에 533억원을 투자하고 30년간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이난항공그룹은 이듬해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가 발행한 160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계약과 일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거래에 대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인 금호고속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에 과징금 81억여원을 부과했다.
강서세무서도 이듬해 3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계약에 대해 21억원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또 BW 발행 계약을 통해 특수관계법인인 금호고속에 1600억원을 무이자로 대여한 것으로 보고 2018 사업연도 법인세 102억여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하고 2017, 2019 사업연도 법인세에 관한 결손금 감액경정처분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법인세 결손금 부분만 일부 인용되자 세금을 전부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 아시아나항공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기내식을 공급받을 뿐 독점공급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아시아나항공 측 주장에 대해 "기내식 서비스는 항공운송서비스에 부수되는 것이고 기내식 공급사업의 매출은 기내식 공급업체의 영업력보다는 원고(아시아나항공)의 영업력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기내식 독점공급권이 그 매출 발생의 핵심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GGK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가가치세법상 권리 등 재화를 사용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BW 발행 계약에 대해서도 "이 사건 BW 인수는 실질적으로 원고가 제3자인 하이난항공그룹을 통해 특수관계인인 금호고속에 1600억원을 무이자로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원고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이 부당하게 감소됐다고 볼 수 있다"며 법인세 부과 처분에 위법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당 거래는 박 전 회장과 그 일가가 그룹 지배권을 되찾기 위한 그룹 재건 계획의 일환으로 실행된 것"이라며 "원고는 적어도 1600억원을 이자율 0%로 직접 차입한 후 이를 금호고속에 대여해 이자소득을 얻을 기회를 포기하면서 1600억원을 무이자로 제공한 것이므로 경제적 합리성도 결여돼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원고가 금호고속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이자 상당의 소득이 감소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9일 판결에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서울고법이 다시 판단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제기했으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자금 3300억원을 횡령해 금호고속에 부당지원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