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 세금 취소소송 승소
"재단 목적 사업에 직접 사용…재산세 면제 대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천주교 본당이 아닌 연구소·병원 등 특정 단체에서 사목직을 수행하는 특수사목 신부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숙소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서지원 판사는 재단법인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서울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재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재단은 2010년 10월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취득해 1층에 있던 주민 공용시설을 기도와 미사를 위한 경당으로, 2개 호실을 식당과 주방 및 세탁실로, 1개 호실을 체력단련실과 휴게실로 변경하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건물 3층에서 12층까지 총 19개 호실은 재단 소속 특수사목 사제들이, 나머지 호실은 은퇴 사제들의 사택으로 사용됐다.
강남구청은 2022년 7월과 9월 각각 해당 부동산에 재산세와 도시지역분, 지방교육세 등 세금을 부과했고 재단은 이의신청과 조세심판원 심판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단 측은 종교사업 활동에 필요불가결하고 중추적인 위치에 있는 특수사목 사제들의 사택으로 제공된 것으로 재산세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0조 2항은 종교단체가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 및 지역자원시설세를 면제한다고 규정한다.
법원도 해당 부동산이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한 재산세 등의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 각 세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특수사목 사제들이 사택이나 숙소에 체류하는 것이 직무 수행의 성격을 겸비했기 때문에 해당 부동산은 재단의 목적 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특수사목 사제는 본당사목 사제가 각 본당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것과 달리 특정 대상이나 분야를 정해 선교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천주교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특수사목 사제는 교구장 주교에 의해 이뤄지는 인사 발령에 따라 본당사목 사제와 상호 순환해 근무하고 있다"며 "특수사목 사제도 재단의 종교 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당사목 사제는 각 본당 내 사제관에 거주하고 특수사목으로 발령받아 재직하는 기간에만 재단 사택의 특정 호실을 제공받아 사택 내 경당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등 종교 생활을 영위한다.
재판부는 "단순히 일상생활만을 영위하는 곳이 아니라 특수사목 사제들이 종교적 공동체를 형성해 집단적으로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강남구청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돼 재단은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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