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평소 주식을 하지 않는 기자에게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브리핑은 생소한 단어와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17일 오전 10시에 브리핑을 시작해 점심까지 거르며 장장 4시간가량 '김건희 여사가 왜 무죄인지'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다소 복잡한 내용들이 펼쳐진 수십 장의 PPT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주식이니 증권이니 잘 알지 못 하는 기자에게도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가 적용된 손모 씨를 전주이자 사범으로 볼 수 있는 전문 투자자, 속칭 '꾼'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수십억을 벌어들인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말만 믿고 따른,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라고 설명했다.
박서영 사회부 기자 |
검찰은 "매도하라 하셈"이란 메시지 후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 주문이 나간 이른바 '7초 매매'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거래 직후 증권사 직원과 나눈 통화 녹취록에도 "체결됐죠"라고 답하는 부분이 있다. 검찰은 이 또한 '우연'일 뿐이라는 김 여사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4년 6개월, 지난했던 수사 과정이 4시간 만에 끝이 났다. 중앙지검에서 벗어나며 이유 모를 허탈함이 느껴졌다. 물론 검찰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수사 결과의 일부는 이해가 되기도 했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왜 그 긴 시간 동안 김 여사의 휴대폰은 물론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해 단 한 번의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황제 출장 조사라 비판받은 수사 과정에서 형평성은 정말 지켜졌는지, 영장 청구와 관련된 거짓 브리핑 논란은 진짜 언론인들의 단순 오독이었을지.
검찰을 향해 '김 여사가 고용한 변호사, 로펌 같다'는 야당의 비판을 그저 웃어넘길 수 없었다. 김 여사의 불기소에 너도 나도 계좌를 활용 당하고 싶다 성토하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검찰이 앞으로 '의심스러울 땐 혐의자에게 유리하게'라는 법과 원칙을 김 여사 외에도 공평하게 적용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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