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요 약세, 중국 업체 공세에 실적 주춤
고부가 '전장 부품' 공략해 수익성 끌어올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수요 약세가 지속되면서 삼성전기·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부품 업계가 지난해 4분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올해 전장 부품 등 모빌리티를 중심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 IT 업황 부진·경쟁 심화 지속…기대 이하 실적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2조3694억원, 영업이익 1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 43.6% 상승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4%, 32.1%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기 실적이 주춤하는 이유로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인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출하량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가동률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전통적인 비수기 시즌의 영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마련된 CES 2025 LG이노텍 전시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 역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6조3102억원, 304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5%, 영업이익은 36.2%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하반기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16 시리즈 출시로 높은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LG이노텍이 애플에 공급하는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은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부품사와의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 전장용 MLCC, 카메라모듈 등으로 수익성↑
올해도 IT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양사는 전장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전장용 MLCC'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전장용 MLCC는 고내구성, 고신뢰성, 고온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MLCC보다 가격이 3배 이상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점유율이 지난해 13%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기 전장 MLCC 적용 가능 분야. [사진=삼성전기]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이번 CES 행사 기간 자동차 회사들과 만나 많은 미팅을 했다"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있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에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의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부품회사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광학 솔루션 원천 기술을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확대 적용해,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은 자율주행과 ADAS에 활용되며, 카메라 모듈 및 라이다(LiDAR) 레이더 등으로 이뤄져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고성능 라이다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 등을 선보이며 차량 내·외부를 아우르는 차량 센싱 솔루션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앞세워 올해도 북미, 유럽 등 완성차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카메라 모듈, 라이다 등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은 차량통신, 조명과 함께 LG이노텍 자율주행 부품 사업의 핵심 축"이라며 "2030년까지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 규모를 2조 이상으로 키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