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휴대폰·증권계좌로 인위적 시세부양
재판부 "인위적인 주가부양, 폭락사태 발생"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일으켜 70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형과 함께 벌금 1465억원과 추징금 1944억원을 선고했다. 일당 10여명에 대해서도 중형을 내렸다.
라 대표 일당은 2019년부터 지난 2023년 4월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며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라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휴대폰과 증권계좌를 요구해 돈을 받고, 특정 주식을 한꺼번에 사 점진적으로 주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취득한 부당이득만 약 7377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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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대표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23년 4월 24일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락하면서 알려졌다. 현재까지 폭락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는 밝혀지지 않았고, 일당 역시 주가가 폭락해 최소 몇십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일당의 인위적인 주가부양 자체를 문제삼았다. 8개 종목은 폭락 후 1년 9개월 이상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들어 라 대표 일당의 시세조종이 주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주가 폭락이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는 시세조종 범행의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데 있어 본질적 요소는 아니다"라며 "인위적인 주가부양이 없었다면 폭락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규모와 수법을 볼 때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대규모의 시세조종 범행이다. 시세조종 범행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형성돼야 할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공정한 시장의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시장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질책했다.
라 대표는 재판 과정 동안 주가 상승 의도가 없었으며 '가치투자'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장에 거래되는 주식 수가 비교적 적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주식을 싼값에 매집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함"이라며 "주식 구매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에게 연 12% 이자까지 약속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라 대표의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조세징수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 대표는 불법 투자자문업체를 차리고 고객 명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해 대리투자 후 수익을 정산해 주는 방법으로 1944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라 대표에 대해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또 벌금 2조3590억원과 추징금 127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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