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대법원 판단 등 전까지 기존 방침 유지 지시
"재판서 따지겠다는 취지 의문…법원, 판단할 이유 없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의 원인이 된 구속기간 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에서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대검찰청은 기존대로 구속기간을 '날'로 산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현재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항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혼선이 야기된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전날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장 명의로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를 전국 검찰청에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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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를 전국 청에 전파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해당 지시 사항에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수사가 마무리된 경우 가급적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날과 시간을 세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우선 검찰 내부에선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로 정해져 있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무상으로도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해 왔기 때문에 법원의 이례적인 판단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도 "이번 결정은 서울중앙지법 한 재판부의 견해였던 것으로,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영장도 재판부 판단이 달랐던 만큼, 이번 결정을 법원의 통례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규정이나 판례가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이후 다른 사건에서 '나도 구속취소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리를 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검찰 안팎에선 향후 검찰과 법원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검찰이 항고를 포기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항고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상황에서 검찰은 기존의 방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처럼 이례적인 판단이 나와 애매한 상황이 됐다면, 오히려 항고를 통해 따져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는 곳이지 이런 문제를 판단해 주는 곳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문제를 따지겠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따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석방 여부를 떠나 이 문제는 항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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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를 전국 청에 전파했다. 사진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사진=뉴스핌DB] |
일각에선 검찰과 법원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원은 이같은 문제를 일괄적으로 공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온다면 그걸 따르는 것이지, 판결이 나오기 전에 법원행정처가 '앞으로 이렇게 하세요'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속기간 산정 문제가 사건화되기 전 논란이 됐다면 검찰과 법원의 협의가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사건화된 상황에선 양 기관의 실무적 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도 "윤 대통령 사건에선 항고하지 않더라도 유사 사건에선 상급심 판단을 받겠다는 불복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와 대법관의 사건이 될 수 있다"며 "즉 재판 상황 또는 잠재적 재판 상황이 됐기 때문에 사안별로 다룰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가 검찰과 어떤 협의를 하기는 애매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라며 "향후 대법원판결이 나오면 판결에 따라 원활한 방법을 협의할 수는 있겠으나 현재는 실무자 선에서 어떤 협의를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