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주최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 기조연설 전문
Ⅳ 국민통합 방안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국민의 신뢰 확보와 국가적 갈등관리 역할이 회복되어야 한다.
1) 정치회복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넓혀야
①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상호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한다(Agree to disagree)는 다원성에 대한 이해와 인정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시간 내에는 정당,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국민의 민주주의 소양을 키우는 학교교육 내지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가 전쟁상태를 방불케 하는 신뢰의 실종 상황 속에서는 먼저 정치를 회복시켜 상생, 협치, 통합의 길로 가는 노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사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상대에 대한 존중을 통하여 공동체적 가치의 공유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누구도 모두 옳고 모두 틀리지 않으며 다른 것은 다른 것일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명제가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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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대철 헌정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국민통합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
② 보수와 진보 양진영 사이에서도 상호 이해와 인정의 폭을 넓혀야 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대안세력(대체세력)으로 보수파와 진보파의 상호인정, 이해와 동시에 존중하는 태도를 갖도록 소양을 길러야 할 것이다.
③ 일방적 힘의 논리는 자제되어야 한다.
상호 끈덕진 논의와 협상이 생략된 채 다수결의 원칙으로 쉽게 결론내고, 한쪽에서는 거부권(Veto power) 행사로 대응하는 일방적 힘의 논리로써의 정치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빈번하게 행사되는 탄핵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0회에 이르는 탄핵권의 행사가 상습화된 것은 지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2)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 제도로 바꿔야 한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 제도로 바꾸면 정치적 갈등이 어느 정도 축소될 수 있다고 본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
첫째, 지난해 12.3 계엄사태의 교훈이다. 느닷없이 대통령이 한순간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계엄을 선포하게 된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가능성이 헌법에 내재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각책임제나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로 바꿔서 선거를 하여야 한다. 즉 '선 개헌 후 정치일정'을 의미한다.
둘째, 이유는 국민적 요청이다. 국민의 60~70%가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
넷째, 가장 크고 절박한 정치개혁이 개헌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1987년도 개헌 이후 38년 동안 여덟 분의 대통령(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권력 추구자나 그가 속해있는 정당이 개헌을 공약으로 걸었거나, 정치적 약속이나 동의를 해놓고도 집권하면 꿩 구워 먹은 자리가 된 경험법칙상 이번에는 반드시 '선 개헌 후 대선'으로 가야 한다.
혹자는 개헌하기에 시간이 모자란다고 하는데 단시간 내에 해낼 수 있다. 여야가 합의하고, 원포인트로 이번에는 권력 구조만 개헌한다면 국민투표까지 35~60일 내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대선과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새 정부는 새 헌법에 의해서 통치해 나갈 수 있다.
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결정에 국민승복운동을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있었다.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제 결과가 나왔으니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헌재의 결과에 승복해서 국론분열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판결에 대한 불복과 이에 따른 극단적인 반응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더욱 혼란에 빠지고, 국가적 위기는 가중될 것이다.
백일 넘게 계속된 탄핵국면은 우리사회를 심각한 갈등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극렬지지자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여당과 야당의원들은 최근 각각 1인 시위와 삭발시위를 벌이며 헌법재판소에 압박을 가해 왔다. 사법기관에 영향을 미치려는 이러한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분열을 심화시키는 위험한 행위였다.
정치.사회 지도자, 원로 지도자들은 이번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도록 설득하고 선도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야 국민통합과 국가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4) 대통령이 앞장서서 용서. 화해. 포용. 통합 운동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
여야, 보수진보, 탄핵 찬성반대, 동서지역 등으로 양극화 내지 다극화된 나라를 대통령 스스로가 용서하고 화해하고 포용하고 통합의 대통령으로 모범을 보이며 나라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20C~21C 세기에 걸쳐 용서.화해의 집권자로 남아공의 Nelson Mandella,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흑인투표권 허용으로 1994년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는 흑백화합의 전제조건으로 먼저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치했다. 백인들에게 흑인을 탄압했거나 불합리하게 흑인을 대한 사실이 있으면 자기 고백과 함께 신고할 것을 설득했고, 신고한 사람은 사면복권을 통해서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화형을 통해서 흑인을 처형한 사람이나, 공산당으로 몰아서 흑인을 탄압한 사람은 용서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델라는 350년된 흑백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사람들 마저도 용서하자고 주장했고 관철시켰던 위대한 지도자 였다.
김대중대통령은 자기를 핍박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용서하고 박정희 기념관에 국가예산까지 허용했었다. 또한 자기에게 사형언도를 내리게한 전두환 대통령을 용서하고, 청와대로 5번이나 초청해서 집권 경험을 들었던 것은, 화해와 통합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되었다.
5) 사법부와 언론의 국민통합적 역할
사법부는 행정과 정치가 풀지 못하는 갈등들을 재판을 통해 해결하고 잠재우는 최후의 보루로서 권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재판결과에 의문과 시비가 빈발하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언론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언론이 사회적 갈등관리 기제의 작동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내야 국민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본다.
6) 국민통합 추진을 위한 대타협기구 설립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 위원회를 설치하는 의지가 있었고, 과거에도 유사한 기구가 운영된 적이 있다. 어느 한 정당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노력은 또 다른 정쟁을 낳게되고 충분한 목적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책임있는 여야정당, 시민사회, 종교 등 정치사회적 지도자와 갈등조정 전문가들이 두루 함께하는 "정치사회적 국민통합 대 타협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유럽이 극심한 노사갈등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소하고 사회안정을 이루었던 역사적 사례의 확대 증보판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 사회단체 대표들이 정치의 중간지대에서 개시개비(皆是皆非)의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여 갈등의 근원을 푸는 정치.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결단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본다. 탄핵 찬성과 반대가 극렬하게 대립되어 있었다. '국민통합이 제1의 시대적 과제'라는 상황인식을, 뜻있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치.사회 지도자들의 공감과 결심을 절실히 기대해 보면서, 이를 통해서 점점 더해가고 있는 공동체 위기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제가 경제포럼에서 국민통합에 대해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한 것은 국민통합을 통한 정치안정과 민주주의 정착없이는 경제성장이나, 경제회생이 불가능 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wideopen@newspim.com